상호관세 시행 13시간여만에 전격 발표…中빼고 모두 10% 기본관세 적용

백악관 "중국, 경솔하게 보복 결정…미국 때리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

철강·車 등 품목 관세는 유지

…美, 90일 유예기간에 국가별 맞춤형 협상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올리면서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04%에서 21% 포인트를 더 높이는 대신 대(對)미국 관세·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한 협상에 나선 한국을 비롯한 70여개국에 대해서는 한시적이지만 관세율을 전격적으로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도 90일간은 기존 25%에서 10%로 낮아지게 됐다.

다만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 추가로 맞대응 조치를 발표한 중국에 대해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희망컨대 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중국이 미국과 다른 나라를 갈취하던 날들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용납되지도 않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뺀 75개 이상 국가가 미국과 협상에 나섰으며 보복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들 국가에 대해 "90일간 (국가별 상호관세를) 유예 및 상당히 낮춘, 10%의 상호관세를 승인했다"며 "이 또한 즉각 시행된다"라고 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재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인상될 것이며 이는 중국이 경솔하게(imprudently) 보복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면서 "누구든 미국을 때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더 세게 맞받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 대해 "우리는 맞춤형 협상을 계속할 것이며 그 기간에 90일간의 (국가별 상호관세) 유예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는 보편적인 10%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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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왼쪽)와 시진핑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미국의 모든 무역상대국에 10% 이상의 상호관세 시행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가 5일부터 시행됐고, 여기에 더해 미국이 이른바 '최악 침해국'으로 분류한 57개 무역파트너(한국·일본·중국 등 56개국+27개 회원국 가진 유럽연합)에는 9일 0시1분부터 국가별 상호관세가 별도로 부과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지 13시간여만에 중국을 제외하고 다른 국가에 대해선 국가별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전격적으로 내렸다.

특히 이번 조치는 '트럼프 관세'로 인한 무역전쟁 격화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주식 시장이 연일 폭락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와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잇달아 내놓은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맞대응 조치에 대응해 전날 대중국 상호관세를 34%에서 84%(총 104%)로 올렸으며 이날 다시 21%포인트를 높였다.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단행하면서 미국 여행 자제령도 내리는 등 미국의 조치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전면적으로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치가 결과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것은 나쁜 행위자에 대한 것"이라면서 한국, 일본, 베트남 등이 협상을 위해 미국을 접촉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또 그는 무역 전쟁의 구도를 '전 세계 대 중국'으로 가져가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난 무역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중국이 확전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용감하게 대응했다"면서 "우리는 교역 파트너들과 함께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의 지난 5일 10% 기본 상호관세에 이어 현재는 90일간 유예된 한국을 비롯해 80여개 국가에 대한 최소 11%에서 최고 5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대략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는 일단 25%의 관세가 붙게 되어 있는데, 수출 중심의 경제체제로 미국시장의 비중이 큰 한국과 대조하여 미국 정부가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분류한 ▲ 캄보디아(49%) ▲ 베트남(46%) ▲ 태국(36%) ▲ 대만(32%) ▲ 일본(24%) ▲ EU(20%) 등은 그보다 좀 더 기본 관세 이상의 고율의 상호 관세가 부과되는 체계다.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 추가된 대(對)중국 관세는 104%로 오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지난 2일 발표했을 당시 중국의 국가별 상호관세는 34%였으나 중국이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50%포인트의 관세를 추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34%에서 84%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에 '좀비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에 대한 비협조를 이유로 20%의 관세가 부과된 상태여서 최종 관세율이 104%로 '점프'하게 된 것이다.

다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빠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불법 이민 및 마약 반입 문제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상품에 대해선 여전히 무(無)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처럼 이미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는 물품과, 반도체· 의약품 등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는 물품들도 상호관세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현재 미국은 협상 의사를 밝힌 70개 가까운 국가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우선하여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은 협상에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은 물론 미군 주둔 비용 등과 같이 비(非)통상 이슈도 '원샷'으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토대로 한 이른바 '원스톱 쇼핑'을 통해 최대한 미국 국익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마디로 최소화 하겠다는 미국 관료사회의 최대한의 미국 국익이라는 정체론 상으로는 여전히 불분명한 정책 노선인 셈이다.

다만 거대(?)해지는 중국 글로벌리제이션에 대한 대응책에서 대적책으로 진행된 현 상황에 대하여 미국 국민들은 아직은 지지도가 완전히 다 식지는 않았다. 주식까지 폭락하며 90일의 유예 기간을 두게 한 것에도 여전히 위기감과 같이 위대한 "미국"이라는 국가와 "국민 개념"이 보태져 있는 대목이다.

무역상대국이 제시하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방안과 미국이 요구하는 미국의 국익(?)을 충족하기 위한 방안 간에는 격차가 적지 않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적인 예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대미 무역 흑자 및 관세 해소를 공약한 이스라엘에 대해 관세를 낮춰줄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아마도 아니다"라고 답하는 등 상대국에 더 큰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10%+10%' 관세에 이어 국가별 상호관세에도 맞대응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의 더 강력한 추가 대응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