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값 폭등에 20㎏에 16만8800원…한국쌀보다 3배 비싸

농협 계열사가 유통…10㎏에 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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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농협'에서 판매된 한국산 쌀 [한국 농협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번에 수출된 한국 쌀은 전남 해남군 옥천농협에서 생산한 '땅끝 햇살' 브랜드로 지난해 생산된 쌀을 올해 3월 도정해 일본으로 시범 수출됐다.

한국이 쌀값이 폭등한 일본에 판매용 쌀 22t 수출을 추진한다. 관련 통계가 있는 1990년 이후 35년 만에 최대 물량이다.

농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21일 "지난달 쌀 2t을 일본으로 수입해 이번 달에 판매했다"며 "내달 중에 10t을 더 들여올 예정이고, 추가로 10t의 수입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농협경제지주 자회사인 NH농협무역의 일본 지사로, 1999년 설립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쌀을 한국에서 수입했다.


최근 일본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을 찾은 일본인과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을 중심으로 한 '한국쌀 쇼핑'이 급증했다. 한국쌀이 일본보다 3배가량 싸 공항에서 검역증명서를 발급받고 10㎏이 넘는 쌀을 직접 들고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 것.

지난 18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일본으로 쌀을 반입하기 위한 수출식물검역증명서를 발급받은 쌀만 1250㎏으로 전년 동월(16㎏) 대비 7712.5%(1234㎏) 급증했다. 발급 건수도 6건에서 119건으로 크게 늘었다.

검역증명서에는 국적을 기재하지 않고 있어 일본으로 쌀을 반입하는 사람의 국적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검역본부 관계자는 "검역증명서를 받는 사람들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일본인과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대부분"이라고 전하고 있다.

한국산 쌀 쇼핑이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무거운 쌀을 들고 가는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일본 현지 쌀값이 폭등된 탓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3월31일~4월6일까지 전국 슈퍼 1000곳에서 판매된 쌀 5㎏ 평균 가격은 4214엔(약 4만2180원)으로 일주일 새 또 8엔(80원)이 올랐다. 14주 연속 상승이다. 20㎏ 기준으로는 1만6856엔(약 16만8800원)에 달한다. 쌀값 급등에 일본 정부는 올해 2월 사상 최대 규모인 비축미 21만t을 방출하기로 했지만 쌀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월 한국쌀 평균 소매가격(20㎏)은 5만5388원이다.

일측 농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일본 쌀값 급등과 한국 쌀 소비 촉진 운동 등을 계기로 수입을 결정했다"며 "추가 물량 10t은 선적이 완료됐고, 통관 등을 거쳐 5월 중순께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산 쌀은 '한국 농협' 홈페이지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도쿄 내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 슈퍼 등에서 판매됐다. 이달에 팔린 쌀은 전남 해남에서 수확한 것이다.

농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당 관세 341엔(약 3천400원), 통관 비용, 일본 내 운송비 등을 포함해 가격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기준 한국산 쌀의 배송료 포함 가격은 10㎏이 9천엔(약 9만원), 4㎏이 4천104엔(약 4만1천원)이다. 일본 슈퍼에서 팔리는 쌀 가격이 5㎏에 4천엔대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은 아니며 수입업자들의 경우 아직은 본격적으로 한국쌀 수입에 뛰어들기는 꺼리는 상황이다.

다만 일본의 쌀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그마저 앞을 예견하기는 섣불러도 보인다. 일본의 정치 현황들과도 전적으로 무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쌀을 구매하는 일본 현지인들에게 한국쌀은 평가가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은 2011∼2013년, 2016년에 각각 쌀 10t 안팎을 일본에 수출했다.

2011년께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구호용 쌀을 일본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출 물량의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다고 aT 측은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으로의 쌀 수출 규모가 국내 쌀 과잉 문제를 해결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수출과 관련해 "홍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국내 쌀 수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물량은 아니다"라며 "(영향이 있으려면) 2만∼3만t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앞으로 쌀을 증산한다고 하는 만큼 앞으로 상황을 더 봐야 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