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남북으로 관통하는 '사가잉 단층' 1천200㎞ 미얀마 관통
미얀마 강진피해에도 '깜깜이'…"내전·인프라 손실·검열 탓"
군부 쿠데타의 인터넷 검열·소셜미디어 차단이 한몫
...정전·감열 맞물린 '정보 블랙아웃'
미얀마 강진에 주변국 태국 방콕 건물 '쩍'…극한 공포에 '맨발 탈출'
고층 건물 벽 갈라지자 '혼비백산'…여진 우려에 공원 등서 밤 지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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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아웅반 호텔 붕괴
미얀마 중부 내륙에서 28일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진앙에서 가까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를 비롯해 미얀마 전역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강진으로 무너진 미얀마 아웅반 호텔의. 2025.3.28 [이정호 재미얀마 한인회보 편집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얀마 정부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소셜미디어(SNS)에는 호텔이 무너진 사진이 올라오는 등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미얀마 중부 내륙에서 28일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진앙에서 가까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를 비롯해 미얀마 전역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낮 12시 50분께 발생한 역대 최고급 강도의 지진으로 미얀마에서 주택을 비롯한 건물과 사회 기반시설이 대거 무너졌으나 지진 발생 8시간이 넘은 현재까지도 피해 실태가 불투명하다. 인명피해 규모 또한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지진으로 인한 정전과 인프라 손상,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반군 세력들의 교전, 군사정권의 언론자유 제한, 인터넷 차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거주 중인 이정호 재미얀마 한인회보 편집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양곤에서도 건물이 계속 크게 흔들려 어지럽고 혼란이 있었지만, 아직 양곤에서는 건물 붕괴 등의 큰 피해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달레이에 지인이 있어서 안부가 걱정돼 전화를 걸었지만, 현재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지 교민들이 서로 안전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에 만달레이의 그레이트월 호텔이 기울어지고, 교각이 끊긴 사진 등이 올라온 것을 보면 피해가 클 것으로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 이후 4년간 내전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이번 강진에 당국의 대응이 미진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현재 미얀마를 통치하는 군부는 2021년 권력을 잡은 후 반대 의견을 막기 위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등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 미얀마 국민을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상황에서 정전이 발생하고 인프라가 망가지면 더더욱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차단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날 강진 직후에는 미얀마 군부가 관리하는 공식 웹사이트조차 접근이 불가능했다.
디지털 시민권 보호 비영리단체 '액세스 나우'(Access Now)에 따르면 인터넷 차단은 군부에 맞서는 반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더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지진 피해 부상자들 있는 병원 찾은 미얀마 군부 지도자 [AFP=연합뉴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조 프리먼 연구원은 이 같은 지역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미얀마가 재난 앞에 겪고 있는 이런 불투명한 상황은 같은 지진으로 함께 피해를 본 태국과 비교됐다.
지진 발생 지역과 1천여㎞ 떨어진 태국 방콕에서도 지진 피해가 잇달아 발생했는데 방콕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태국 당국은 붕괴한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해가면서 사상자와 실종자 규모를 갱신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당국은 사상자 수치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미얀마 만달레이 그레이트월 호텔 피해 [이정호 재미얀마 한인회보 편집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만달레이 교량 붕괴 [이정호 재미얀마 한인회보 편집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8일 규모 7.7 강진이 일어난 미얀마는 여러 개의 지각판이 맞닿은 곳에 있어 이전부터 지진 위험지역으로 꼽혀왔다.
미얀마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순다판, 이보다 작은 버마판 등 최소 4개 지각판 사이에 끼어 있다.
인도 매체 퍼스트포스트에 따르면 미얀마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14차례 발생했다.
특히 이번 지진은 최대 7.9로 추정된 1912년 메묘 지진(버마 지진) 이후 113년 만에 미얀마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미얀마 휴양도시인 핀우린 인근에서 발생한 이 지진으로 인한 당시 사상자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메묘 지진의 경우는 다르지만, 이번 지진을 포함한 미얀마의 큰 지진들은 '사가잉 단층'에서 다수가 발생했다.
이번에 강진이 발생한 만달레이 인근도 인도판과 순다판, 또는 인도판과 버마판의 경계에 있는 사가잉 단층 위에 놓여 있다.
인도 매체 인디아투데이 등에 따르면 사가잉 단층은 약 1천200㎞ 길이로 미얀마 국토를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다.
이 단층 선상에는 이번 지진으로 큰 타격을 받은 제 2도시 만델레이를 비롯해 수도 네피도, 최대 도시 양곤 등 미얀마의 주요 도시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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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얀마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은 이 단층에서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AFP통신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를 인용해 1930년에서 1956년 사이 사가잉 단층 인근에서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6차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인디아투데이는 사가잉 단층 일대에서 오랜 지진 활동의 역사가 있으며 미얀마에서 1946년 규모 7.7과 2012년 규모 6.8 등 강진이 발생했었고 사가잉 단층과도 관련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한 과거 연구를 인용, 사가잉 단층에 맞닿은 인도판과 버마판이 서로 비스듬히 지나가고 있으며 일 년에 11∼18㎜ 이동한다고 전했다.
인디아투데이는 "연간 최대 18㎜의 미끄러짐 속도는 지각판의 움직임이 상당하다는 것을 시사하며, (지각판이 밀리면서) 더 많은 에너지가 쌓여 강한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가 얕았던 점이 진앙에서 1천㎞가량 떨어진 태국 방콕 등에서도 큰 피해를 불러온 요인으로 보인다.
이번 지진의 진앙은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으로 33㎞ 떨어진 지점으로, 진원의 깊이는 10㎞로 관측됐다. 규모 7.7 강진 직후 인근에서 발생한 6.4의 여진의 진원 깊이도 10㎞였다.
이번 지진으로 미얀마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얀마 당국은 사상자 수치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NYT와 AFP 통신 등은 진앙인 만달레이에 있는 한 종합병원 의료진을 인터뷰해 거기에서만 최소 20명이 숨지고 300명이 다쳤다고 전하고 있다.
28일 미얀마 강진으로 무너진 태국 방콕의 건물 [EPA=연합뉴스]
평온하던 금요일 오후 1시께 미얀마 인근 태국의 수도 방콕은 갑자기 흔들리며 고층에서는 흡사 멀미가 나듯 속이 울렁거릴 만큼 진동이 느껴졌다고 전한다.
곧이어 가구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벽지가 찢어지며 벽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으며 삽시간에 주위는 마치 악몽을 꾸는 듯 순식간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건물의 벽면이 갈라지고 천장 일부가 뜯어져 내렸다는 것이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비상계단을 찾아 고층 건물에서 1층까지 죽어라고 탈출해야 했으며 허덕거리며 가까스로 빠져나온 건물 밖에는 영문도 모른 채 혼비 백산한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었다.
급히 빠져나오느라 속옷 차림이거나 아예 맨발인 이들도 있었으며 급하게 뛰느라 발목이 부러진 사람도 있었다. 고층 건물 탈출객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기자는 현장에 대하여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 방콕의 수쿰윗 지역 호텔과 고층 빌딩들마다 그 1층 외곽에는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난리법썩도 아니었다.
이들은 휴대전화로 뉴스를 확인하는 동시에 가족, 친지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으며, 지진 여파로 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초조하게 발을 구르기도 했다.
곳곳에서 구급차 등이 내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으며 도로는 심각한 체증으로 사실상 인파와 차들이 얽히며 마비 상태로 진행됐다.
미얀마 중부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한 28일 오후 태국의 수도 방콕은 그 주변국으로 한 마디로 여파의 아수라장이 됐다.
방콕은 실재 지진이 발생한 지역과는 1천여㎞ 떨어져 있음에도 건설 중이던 30층 높이 빌딩은 아예 무너지는 등 큰 피해도 잇달았다.
미얀마 지진으로 피해 입은 태국 고층 빌딩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판매 금지]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뒤늦게 미얀마 강진 영향이라는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국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대'로 꼽히기에 이날 충격은 더욱 컸다.
태국인 옴 씨는 "살면서 오늘 같은 지진 공포는 처음 경험했다"며 "너무 무서웠다.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본 교민인 스즈카 씨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중 지진으로 운행이 멈췄다"며 "밖에서 엘리베이터 문을 수동으로 열어서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건물 밖으로 탈출한 사람들은 여진 가능성이 있다는 예보에 가슴을 졸였다.
식당과 카페 등도 영업을 중단했고, 마땅히 갈 곳 없는 사람들은 건물 외부와 도로변 등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여진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안전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고층 아파트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에서 마냥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21층에 거주한다는 네덜란드인 판데이크 씨는 "아직 통제 상태여서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출입이 허용된다고 해도 겁이 나서 당장 올라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여진을 대비해 24시간 비상령을 발동하고 고층 빌딩 출입과 엘리베이터 사용을 제한했다. 일부 백화점과 병원 등 주요 시설도 폐쇄됐다.
방콕시는 귀가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룸피니 공원 등 대규모 공원을 밤새 개방하고 식수차와 구급차를 배치했다.
한인 사회도 갑작스러운 지진에 크게 출렁였다. 교민들은 단톡방 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물었다.
주태국 한국대사관은 이날 "미얀마 지진은 태국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상당한 흔들림이 감지됐다"며 "여진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각별히 안전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대사관은 한국인 피해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비에서 대기 중인 방콕 아파트 주민들
방콕 아파트 주민들이 고층 엘리베이터 사용 중단 조치로 로비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