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뇌 '언시네이트 섬유' 부위 손상-범죄행동 연관성 발견"
특정 부위 손상 없는 범죄·폭력행동 위험 실험과는 무관
뇌에서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감정 조절과 판단 등에 관여하는 특정 부위가 손상될 경우 범죄적 또는 폭력적 행동을 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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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특정 부위 손상과 범죄행동 간 연관성 연구 뇌 스캔 뇌졸중, 종양, 외상성 뇌손상 등으로 뇌가 손상된 후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17명의 뇌 스캔과 기억 상실이나 우울증 같은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706명의 뇌 스캔을 비교한 결과 대뇌 우측 전두엽 앞쪽에 있는 언시네이트 섬유(uncinate fasciculus. 사진에서 녹색 선으로 표시된 부분) 손상이 범죄·폭력행동과 강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olecular Psychiatry / Isaiah Kletenik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하버드대 의대 아이제이아 클레테닉 교수가 이끄는 콜로라도대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등 공동 연구팀은 28일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서 뇌 손상 및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환자의 뇌를 비교, 특정 부위 손상과 범죄 행동 간 연관성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뇌졸중, 종양, 외상성 뇌손상 등으로 뇌가 손상된 후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17명의 뇌를 스캔해 분석하고, 이를 기억 상실이나 우울증 같은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706명의 뇌 스캔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뇌 손상 후 범죄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대뇌 우측 전두엽 앞쪽에 있는 언시네이트 섬유(uncinate fasciculus) 부위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손상 패턴은 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뇌에서도 관찰됐다.
언시네이트 섬유는 보상 기반 의사 결정에 관련된 뇌 영역과 감정을 처리하는 영역을 연결하며, 연결이 오른쪽에서 손상되면 충동 조절, 결과 예측, 공감 능력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콜로라도대 의대 크리스토퍼 필리 교수는 "언시네이트 섬유 부위는 감정과 의사결정 담당 영역들을 연결하는 케이블 역할을 하는 백질(white matter) 경로"라며 "연결이 끊기면 감정을 조절하고 도덕적 선택을 내리는 능력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손상 패턴을 확인하기 위해 뇌 영역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돼 있는지를 상세히 나타내는 전체 커넥톰(Connectome)을 분석, 오른쪽 언시네이트 섬유가 범죄 행동과 가장 일관되게 연결된 신경 경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모든 사람이 이 유형의 뇌 손상 후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연구 결과는 감정과 의사결정 담당 영역을 연결하는 경로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범죄 행동이 시작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필리 교수는 "이 연구는 의학과 법률 모두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의사들은 범죄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식별해 조기에 개입할 수도 있고, 법원은 형사 책임을 평가할 때 뇌 손상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논문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클레테닉 교수는 "이 연구가 형사 책임과 자유 의지에 관한 복잡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이 발견이 논의를 풍부하게 해줄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뇌에 의한 사회적 행동 매개에 관한 지식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Molecular Psychiatry, Isaiah Kletenik et al., 'White matter disconnection in acquired criminality', https://www.nature.com/articles/s41380-025-03076-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