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내쫓듯했던 트럼프…푸틴엔 레드카펫·차량동승 파격예우

특급 의전에 "매우 이례적"…전략폭격기 B-2·스텔스기 F-35 비행 '무력과시' 평가도

회견장 뒷면에 '평화 추구' 문구…휴전 기대 키웠지만 합의·문답도 없이 회견 종료

푸틴, 트럼프와 회담 후 소련군 묘지 헌화…5시간 일정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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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트럼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고조되었던 기대와 달리 합의·문답도 없이 미·러 간 정상 회담은 종료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알래스카를 헐값에 팔아버린 러시아의 뼈 아픈 실책만 울컥하게 만들어 버린 지도 모를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영토를 찾아온 푸틴 대통령을 이례적 수준으로 극진하게 대우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당장 끝낼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대한 환대를 만끽하고 약 5시간 만에 러시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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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2025' 연단에 선 양국 정상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례적' 초특급 의전에 회담 성과 '기대감' 고조 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탄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가 현지시간 오전 10시 20분(미 동부 시간 오후 2시 20분)께 먼저 정상회담이 열리는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이어 30여분 뒤 푸틴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같은 장소에 착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전용기가 도착할 때까지 기내에서 머물다가 푸틴 대통령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빨간 넥타이를 매고 오전 11시 8분께 에어포스원에서 내렸다. 이어 레드카펫이 깔린 곳으로 이동하며 오른쪽 직각 방면에서 오는 푸틴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어 검붉은 넥타이를 맨 푸틴 대통령도 전용기에서 내려 모습을 드러냈다. 그도 레드카펫을 따라 걸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가까이 다가오자, 가볍게 손뼉을 치며 환영 의사를 표했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푸틴 대통령도 이에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두 정상은 환하게 웃으며 거리를 더욱 좁혀 손을 굳게 맞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서로의 다른 팔을 치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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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푸틴과 트럼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 2019년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만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서방 국가의 땅을 밟은 것이다.

약 10초간 악수하며 밝은 표정으로 가볍게 담소를 나눈 양국 대통령은 레드카펫을 따라 군 의장대를 사열하며 약 20초간 걸어 '알래스카 2025'이라고 쓰인 연단에 도착했고, 공개 발언없이 약 30초간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이어 오전 11시 26분 두 대통령이 미리 마련된 미국 대통령 전용 리무진 캐딜락 '더비스트'에 함께 올라 타고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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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전용리무진 '더비스트'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타임스(NYT)는 "두 초강대국의 지도자들, 특히 적대 관계에 있는 두 지도자가 같은 리무진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양국 정상이 보여준 이례적 친밀감에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이런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월 백악관을 찾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실상 쫓아냈던 장면과 대비를 이뤘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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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앵커리지에 도착했을 때 상공을 난 B-2 폭격기와 F-35 전투기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환대 속 미국의 '무력 과시'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무력'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나란히 붉은색 카펫을 걸으며 '알래스카 2025' 연단에 도착하기 직전 상공에서 갑작스레 굉음이 울렸다.

두 정상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서 하늘을 쳐다봤고, 트럼프 대통령은 가볍게 손뼉을 치고서 푸틴 대통령을 연단으로 이끌었다.

이 굉음은 미 공군의 최첨단 전략자산인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와 이를 주변에서 호위한 최신예 F-35 전투기 4대가 시범 비행하면서 난 소리였다.

두 정상이 카펫을 걸을 때 양 옆에는 F-22 전투기 4대가 지상에 도열해 있었다.

스텔스 기능을 가진 F-22 전투기는 전세계에서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고 있으며, 법으로 수출을 금지하고 있을 정도로 미 공군이 자랑하는 비밀병기로 꼽힌다.

특히 B-2 폭격기는 지난 6월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기습 폭격할 때 투입된 것이다.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으며, 이란 타격 때 사용한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을 탑재할 수 있어 미 공군력의 핵심 중의 핵심 자산으로 불린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의 도착에 맞춰 미국이 마련한 짧은 활주로 환영식은 세계 최강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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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 공동 기자회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역사적 회담' 기대했는데 합의도 문답도 없이 끝난 공동기자회견

회담장에 도착한 두 정상은 미리 준비된 회의실로 나란히 입장했으며, 양측은 이날 회담의 민감성을 의식한 뒤 두 정상의 모두 발언 공개없이 취재진을 물리고 곧바로 회담을 시작했다.

양측 대표단이 마주 앉은 회의장과 기자회견장 뒷 벽면에는 파란색 바탕에 흰색으로 '평화 추구'(PURSUING PEACE)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회담장에 먼저 도착했던 BBC 기자는 "이미 이런 슬로건이 있다는 것은 정상회담의 성공을 확신했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을 정도.

마침내 회담이 시작됐다.

백악관 풀기자단은 취재를 위해 현지시간 오전 11시26분께 회의장에 입장했으나 1분도 안돼 퇴장을 요청받았다.

두 정상은 당초 3대3 형식의 정상회담에 이어 확대회담까지 가진 뒤 성과가 있으면 공동 기자회견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두 정상이 확대회담을 생략하고 예상보다 이른 오후 2시 54분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열린 공동 회견에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부쩍 커졌다.

기자회견 분위기도 우호적이었다.

회견을 시작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쪽에 선 푸틴 대통령을 바라보며 먼저 하라는 손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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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 공동 기자회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외교 관례상 초청국 정상이 아닌 방문국의 정상이 공동회견에서 발언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회견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당장 종결할 만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

합의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총 12분간 이어진 공동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8분간 발언했고, 트럼프 대통의 발언은 4분에 그쳤다.

취재진과 만나면 1시간 넘게 발언하는 경우가 허다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과는 차이가 컸다.

이날 기자회견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머지않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다음에는 모스크바에서?"라고 되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유일하게 영어를 사용한 발언이었다.

정상들의 발언 후 취재진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큰 목소리로 질문을 쏟아냈지만, 두 정상 모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을 받지 않는 공식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3시간 회담 후 두 정상은 구체적이지 않은 문제들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지만, 세부 사항을 제공하지 않았고 질문을 받지 않았으며, 어떤 종류의 휴전도 발표하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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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 타고 떠나는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회담 후엔 각자 전용기 타고 작별

화려했던 만남과 비교하면 양국 정상의 작별 절차는 훨씬 간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 안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서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했다.

푸틴 대통령은 알래스카를 떠나기 전 회담장 인근의 포트 리처드슨 기념묘지를 향했다.

이 묘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소련으로 장비를 수송하다 사망한 소련군 조종사와 군인들을 기리는 곳이다.

헌화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앵커리지<미 알래스카> 타스=연합뉴스]

포트 리처드슨 기념묘지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소련 조종사와 군인 등이 묻혀 있다.

회담에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이 묘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 측은 이 묘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소련으로 장비를 수송하다 사망한 소련군 조종사와 군인들을 기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 근처에서 열리며 우리의 군사적 형제애를 떠올리게 하고 2차대전 승리 80주년에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크렘린이 공개한 영상에는 푸틴 대통령이 묘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놓은 뒤 십자 성호를 긋는 모습이 담겼다.

푸틴 대통령은 헌화 뒤 다시 엘먼도프-리처드슨 기지로 이동해 전용기에 올랐다. 그는 전용기 탑승 직전 뒤돌아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여 작별인사를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후 전용기에 오르기까지는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지시간 이날 오전 11시께 엘먼도프-리처드슨 기지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이로써 약 5시간 동안의 알래스카 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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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리지에서 출발하는 푸틴 [TASS=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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