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폭탄발언 "용납불가…거기서 사업할 수 없어"

강성 '마가' 지지층 영향 분석…협상서 양보 얻어내려는 압박 차원 관측도

李대통령 방미 전 日방문 주목…"8월 방일도 이례적"

日언론, "韓대통령, 양자외교 첫 방문국으로 日 택한 것 최초…이념보다 실익 중시"

외신, 李대통령·이시바 회담에 한일간 협력 강화 의지 주목 보도

"李대통령, 첫 방문국 이례적 일본 선택"…트럼프 만난 이시바 조언에도 관심

CNN, 이번 한일정상 대좌에 "역사적 회담…다만, 한일 모두 美와 관계 불안정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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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왼쪽)-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라며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고 썼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새 대통령(이재명 대통령)을 오늘 백악관에서 만난다"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줘 감사한다"고 했다.

'숙청' 또는 '혁명' 언급은 한국내 내란 특검 수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 및 재판에 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DC 프레스센터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정 브리핑 중이던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확한 상황을) 확인을 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에 대해 대통령실도 인지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국내에서도 페이크뉴스(가짜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공식 계정인지 확인을 해봐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던 시점과 거의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이 알려진터라 그는 당시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상태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직전 이 같은 '폭탄' 언급을 한 것은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로 불리는 트럼프 핵심 지지층내 일부 강성 인사들의 인식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극우 선동가'로서 백악관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로라 루머는 지난 6월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는 끔찍한 일"이라는 주장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같은 논쟁적인 글을 올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의 내란 특검 수사와 전직 대통령 구속기소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첫 회담을 앞두고 이런 메시지를 올린 것은 회담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 차원일 가능성도 거론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일본 도착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2025.8.23.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3박 6일 일정의 일본 및 미국 방문을 시작하며 미국을 찾기 전 일본을 먼저 방문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대통령이 다자 회의 참석을 제외하고 양자 외교의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택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한국 대통령이 양자 외교를 위해 동맹국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라며 한일 정상이 수교 60주년을 맞아 관계 강화 방침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전에 일본을 찾은 것과 관련해 "이념보다도 실익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은 전례에 얽매이지 않고 (방문국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하기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조기 일본 방문을 조율했다면서 "취임일로부터 불과 80일 만에 (일본 방문이) 실현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닛케이는 이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이 이전 정권들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역대 한국 대통령 10명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 55일 만에 일본을 방문했던 사례 다음으로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빠르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한국 대통령의 취임 후 일본 방문은 역사문제 등을 감안해 조율해야 해서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면서, "대일 관계를 중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일본 방문에) 224일, 윤석열 전 대통령도 310일이 소요됐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방문이 8월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라며 일본 총리가 한국을 첫 공식 방문한 1983년 이후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을 월별로 분석하면 8월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8월에 광복절이 있어서 한국에서는 반일 분위기가 조성되기 쉽지만, 이 대통령이 국제 정세를 고려해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 신경 쓰지 않고 실용 외교를 위해 일본을 찾았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보도된 아사히신문, 닛케이 등 일본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자"며 일본 측에 협력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실용주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위안부, 징용 배상 문제 등에 대해 "진실과 감정의 문제이며,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해 진심으로 위로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이전 정권이 합의하고 실시한 국가 정책을 간단히 뒤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는 "(이 대통령이) 한일 현안이 돼 왔던 역사 문제를 둘러싼 과거 합의와 해결책을 답습하겠다는 생각을 보이고 미래 지향 (한일) 관계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해설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대응 등을 고려해 일본과는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사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사히는 이 대통령이 '과거 직시'를 요구하면서도 한일관계 발전에 긍정적 자세를 보인 배경에는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평가받기도 하는 이시바 총리와 한일관계 기초를 견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마이니치신문은 이 대통령이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일본을 향해 '진심 어린 위로' 등을 언급한 데 대해 "향후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해 일본 측에 강하게 대응을 요구한다면 역사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마이니치는 이날 오후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8개 광역지자체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와 관련해 "우리 국민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시기상조라는 뜻을 나타냈다.

마이니치는 "일본 측도 이 문제를 강하게 요구해 한일관계를 악화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정상회담에서 수산물 협의가 이뤄져도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소인수회담 갖는 한일 정상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5.8.24. [공동취재]


한편, 외신 또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 대해 보도하며 한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의 국가로 미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한 데 주목했다.

특히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일 모두 미국과의 관계가 크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CNN은 23일(현지시간) 한일정상회담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양국 정상의 따뜻한 대화와 웃음이 가장 눈에 띄었다면서 "역사가 만들어졌다"고도 평했다.

이 매체는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취임 후 첫 정상 회담 국가로 미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했으며, '공동언론발표문'도 17년 만에 채택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23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을 비난했던 일을 거론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 대통령이 '실용적인 톤'을 채택했다며 "적대감에서 친밀감으로, 어조의 변화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양국 정상이 두 나라의 오랜 갈등을 뒤로 하고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가 있다고 CNN 방송은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관세·방위비 분담금 등의 증액 압박을 받고 있어 대응을 위해 양국의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외교정책이 한때 안정적이던 (한미·미일) 동맹관계를 의문에 빠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먼저 만난 이시바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했을 조언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한미 정상회담 위해 미국으로 출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4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DC로 향하며 공군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5.8.24


AP통신도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분석하는 기사에서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정상회담 상대로 일본을 고른 것은 1965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측은 이 대통령이 양국의 관계 개선 의지를 담아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P는 또한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이 오는 25일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두 정상이 국방, 경제안보,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셔틀외교 조기 복원,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강화 등 다양한 성과를 내놨다고 전했다.

대북 공조와 한미일 3자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내용도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 우려와는 달리 이 대통령이 한일 간의 긴밀한 관계 구축을 지지한다는 사실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미 워싱턴DC로 떠나면서는 외신에서도 한미 정상회담을 전망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취임 후 전쟁 6∼7개를 끝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북한 문제에 제대로 접근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전환점을 마련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AFP는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를 인용, 최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뉴스거리를 만들려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거론한 이른바 3단계 비핵화론(동결-축소-비핵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 진단도 전했다.

로이터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대북·대중 대응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요구해온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 역시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