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개입 막으려 외부 인사 후계설도…"분리주의 차단 혈안 中은 모든 일 대응할 것"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후계 지정을 앞두고 "중국이 의미 있는 조처를 할 것"이라는 중국 내 소수민족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배리 소트먼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교수 겸 칭화대 방문 교수는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티베트와 위구르 공동체 문제 전문가인 소트먼 교수는 "중국은 수십년간 준비해왔으며, 달라이 라마의 뜻대로 후계가 정해지는 걸 그냥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하는 모든 일에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도 했다.
SCMP는 지난 7월로 89세가 된 달라이 라마가 90세가 되면 후계 문제를 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고 중국은 이에 철저히 대비해왔다고 전했다.
실제 달라이 라마는 2019년 10월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불교 4개 종파 회합을 가진 뒤 "90세가 되면 티베트 불교의 라마 고승, 일반 대중 그리고 티베트 불교 신봉자들과 논의를 거쳐 달라이 라마 제도를 계속 유지할지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90세가 되면 후계를 정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히지만, 외부 개입을 차단할 목적으로 기존 승계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그 후 달라이 라마는 가톨릭의 교황 선출과 마찬가지로 비밀투표로 후대 달라이 라마를 뽑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지난 6월 후계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재점화할 것을 우려해선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8월 무릎 수술을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을 두루 만났다.
티베트불교에서 달라이 라마는 관음보살 화신으로 여겨지며 전대 달라이 라마가 숨지면 고위 승려들이 어린아이 중에서 그의 환생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계승돼왔으나, 달라이 라마는 이럴 경우 티베트 독립 세력 구심점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 대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4대인 달라이 라마(톈진 갸초)는 중국 통치에 반대해 1959년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운 뒤 비폭력 독립운동을 해왔다. 2011년 8월부터 선거로 뽑힌 티베트 정부 대통령에게 정부 수반 자리를 넘겼지만, 달라이 라마는 실질적인 국가 원수로 여겨져 왔었다.
이에 중국은 티베트 분리주의 운동의 구심점으로 통하는 달라이 라마 후계를 어떻게 정할지가 '골칫거리'인 티베트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로 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 당국이 원하는 인물이 선정되도록 영향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특히 티베트 불교 이인자로 후계 문제를 관리하는 판첸 라마를 자체적으로 지정해 친중 달라이 라마 후계 지정에 애쓰고 있다.
소트먼 교수는 "티베트 내에서 달라이 라마 후계가 지정될 경우 중국 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고 직책 유지와 수행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외부 인물을 후계로 지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어짜피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통제력은 이미 상실된 상태라는 견해도 밝혔다.
실상 1959년 티베트 망명정부 수립 이후 65년이 지났고 중국이 주변 국가와의 국경선 분쟁으로 전쟁에 불사하는 강경책을 강행하면서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의 존재감은 더욱 축소 됐으며, 자치구로 쪼그라든 티베트 지역으로도 중국 물품들이 상업자본 식으로 밀려 들고 경제 발전과 함께 주민들의 중국식 교육 수준이 향상되면서 중국 당국의 장악력이 이전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것은 불을 보듯 명약관하한 사실이 되어 온 것이다.
소트먼 교수는 "2008년 라싸에서 시위가 거셌던 적도 있지만, 이제 많은 티베트 주민이 자신을 중국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족에 적대적이지 않다"면서 달라이 라마에 관한 관심도 줄었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달라이 라마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면 티베트 문제는 거의 잊힐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믜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