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국왕 보자"…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수천명 운집
원주민 권익단체는 항의도…빅토리아 동상 페인트 세례
년 초 올 해의 호주 국경절에도 어김없이 퀸 빅토리아 동상이 영연방 식민지배에 반대하는 세력등으로 인하여 피색으로 훼손되어 있었다.
매년 호주 국경절은 특히 호주 전국 각 처에 세워져 있는 퀸 빅토리아 동상이 수난을 겪는 날이다.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이 발목이 잘린 채 받침대 아래 쓰러져 있다.
년 초 올 해의 호주 국경일을 하루 앞두고도 호주 전역은 대륙을 탐험한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과도 같이 퀸 빅토리아 동상이 훼손돼 경찰은 연례 행사로 조사에 나서야 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간 25일 새벽 3시30분쯤 빅토리아주 멜버른에 있는 쿡 선장 동상이 파손됐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며, 이 동상은 실상 1914년에 세워진 것으로 100년도 넘은 기념물이었다.
확인 결과 쿡 선장의 동상은 발목이 잘린 채 동상 받침대 아래 쓰러져 있었고 동상 받침대에는 붉은색 페인트로 '식민지는 무너질 것'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또 멜버른 중심가에 있는 퀸 빅토리아 동상에도 밤사이 붉은색 페인트가 뿌려졌으며 낙서들이 적혀 있었다.
호주의 날은 1788년 1월26일 영국 함대가 호주 대륙에 상륙해 시드니가 영국 통치권 아래 있다고 선언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호주는 이날을 건국절로 삼았고 시민권의 수여식과 퍼레이드, 불꽃놀이 등 각종 축하 행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날은 원주민에게는 침략 당한 애도일일 뿐으로 '침략의 날'을 건국일로 기념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시위가 더 거세진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즉위 후 처음으로 자신이 국가원수로 있는 영연방 국가 호주를 찾았다.
19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전날 밤 부인 커밀라 왕비와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으며, 공항에는 호주에서 찰스 3세를 대리하는 서맨사 모스틴 호주 총독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크리스 민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총리 등이 마중 나왔다.
찰스 3세 방문에 돛 모양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흰색 건물 외벽에는 찰스 3세 부부의 사진이 띄어졌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때는 외벽에 검은 조명을 켜고 여왕의 사진을 띄웠다.
다만 지난해 9월 찰스 3세 대관식 때는 그의 사진을 띄우려다 NSW주 정부에서 전기를 아낀다며 이를 취소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장식한 찰스 3세 부부
찰스 3세 영국 국왕 부부의 호주 방문을 기념해 18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외벽 찰스 3세 부부 사진으로 장식됐다. 202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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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민들과 만나 악수하는 찰스 3세 국왕
22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시민들과 만나 악수하고 하고 있다. 2024.10.22.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22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호주를 방문 중인 찰스 3세는 이번 방문에서 처음으로 많은 시민과 만나는 공개 행사를 가진 것이다.
이 자리에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였고 찰스 3세를 직접 보기 위한 줄은 1㎞에 달했다.
일부 시민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 5시부터 나와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마리나 그레인저 씨는 A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했을 때도 그를 보기 위해 나와 줄을 섰었다며 "그때는 비가 왔지만, 오늘은 햇볕이 좋다. 이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왕실을 지지하는 호주 군주주의 연맹이 나눠준 작은 호주 국기를 흔들며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찰스 3세 부부는 자신들을 기다리던 사람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찰스 3세가 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보다는 인기가 없지만 여전히 왕실 가족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시드니항으로 나가 해군 함대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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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환영하는 호주인들
22일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한 소년이 '우리들의 왕 환영'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찰스 3세 국왕을 환영하고 있다. 2024.10.22.
시드니 타운홀 퀸 빅토리아 빌딩(QVB) 앞에 있는 퀸 빅토리아 동상.
이처럼 많은 이들의 환영이 있었지만, 호주 국경일과 마찬가지로 원주민 권익 단체 등은 찰스 3세의 방문에 항의 움직임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날 오전 시드니 타운홀 퀸 빅토리아 빌딩(QVB) 앞에 있는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도 붉은색 페인트가 뿌려졌다. 이 동상은 1908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제작됐으며 1980년대 시드니로 옮겨졌다.
실상 퀸 빅토리아 동상은 호주 전역 곳곳에 있는데, 호주 원주민 권익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이 동상이 영국의 호주 식민지를 기념하는 동상이라며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날 오전에는 찰스 3세가 시드니에 있는 국립 원주민 지원 센터(NCIE)를 방문했을 때 메트로폴리탄 지역 원주민 토지 위원회 앨런 머레이 장로가 찰스 3세에게 "이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우리가 할 이야기를 어제 캔버라에서 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주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찰스 3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들었다.
머레이 장로가 말한 어제 있었던 일은 전날 캔버라에 있는 호주 의회 그레이트홀에서 열린 찰스 3세 환영식 소동을 의미한다.
이 자리에서 원주민 출신 리디아 소프(빅토리아주·무소속) 상원의원은 찰스 3세를 향해 "당신이 우리 사람들에 대한 학살을 저질렀다"며 "우리 땅을 돌려달라. 우리에게서 훔쳐 간 우리의 뼈, 아기, 사람들을 내놔라. 우리는 조약을 원한다"고 소리쳤다.
이에 경비원들은 찰스 3세에게 다가가려는 그를 제지한 뒤 행사장에서 퇴장시키기도 했다.
이 외에도 호주 경찰은 이날 오전 원주민 활동가 웨인 와튼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인근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학대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행동했으며 이전에 두 차례에 걸친 이동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경찰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찰스 3세는 오는 23일 오전 호주를 떠나 영연방 정상회의(CHOGM) 참석을 위해 사모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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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들 만나는 찰스 3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호주 시드니의 국립 원주민 지원 센터를 찾아 에오라 부족 대표들이 진행하는 연기를 피우는 전통 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