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매운맛' 예고대로 우리금융 강등…이례적 초고속 결정

증권사 일각 신한 상장지수펀드(ETF) 사고, KB금융 부당대출 거론 불공정 제기

경영실태평가 2→3등급…'미리 결론' 공정성 우려 '졸속 심사' 비판 향후 공방 따를 수도

soso한 처리...급속한 안심처리로 꼬리 잘라내고 경고성 덮기 의혹도

동양생명ㆍABL생명 인수에 장애물…금융위 공 넘겨받아 5월 결론낼 듯

X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매운맛'을 예고했던 우리금융지주[316140] 검사 결과가 '경영실태평가 3등급'으로 결론 났다.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하향된 것은 21년만으로, 우리금융이 그룹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에 걸림돌이 생겼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잇단 강경 발언 속에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도출하면서 금융권에서는 향후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우리금융, 前회장 부당대출 논란 속 21년 만에 3등급 성적표

1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낮추기로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 이번 주 내 통보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지주가 3등급을 받은 건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2004년 우리금융지주 사례를 제외하면 금융지주사가 3등급 이하 등급을 받는 전례는 찾기 어렵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등을 다루는 리스크관리 부문과 자회사관리 등을 다루는 잠재적 충격 부문에서 점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은행을 대상으로 고강도 검사를 벌인 결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730억원 불법대출을 포함해 2천억원대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이뤄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은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에도 불법 대출이 상당수 취급됐음을 별도 명시하는 등 '책임론'을 꾸준히 강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등급 하락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검사 결과에 '매운맛'을 예고하는 등 우리금융에 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선 '싱거운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X
열린 토론 참석한 이복현 금감원장 (서울=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기업ㆍ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2025.3.13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부당대출만 보면 결과 공정성 여부를 따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최근 신한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 사고가 컸고 KB금융에서도 부당대출이 적지 않았는데 우리금융 3등급 결정은 많이 이례적인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 등급 도출이 속전속결로 이뤄지며 '이미 결론을 정한 채 진행한다'는 뒷말도 무성했다.

금감원이 정기 검사를 마치고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내기까지는 통상 1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정기검사가 작년 말에 종료된 점을 고려하면 2~3달 만에 등급 도출이 이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중에 이번 검사 결과와 평가 등급이 문제 될 경우 감사원 조사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빠른 결론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전 금감원 관계자는 "종합검사를 했고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경영평가등급을 내야 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결론을 늦추면 시장 오해를 살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졸속 심사' 비판 등과 관련해 "(보험사 인수 등) 다른 진행돼야 하는 사안이 있어서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다"며 "원칙과 절차를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 동양·ABL생명 인수 어떻게…금융위 '조건부 승인' 가능성도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게 되면서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이 성사될 수 있을지가 향후 최대 관심사다.

금융당국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를 인수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므로 보험사 인수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3등급을 받아도 금융위 판단에 따라 보험사 인수 허가가 날 수도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

우리금융은 설사 금융당국이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3등급으로 통보하더라도 재무 비율 등 경영 건전성 개선을 조건으로 인수를 최종 승인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2004년 우리금융지주가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고도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로 승인받은 전례가 있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전에 그룹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룹 순익에서 은행 비중이 90%를 넘을 만큼 취약한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를 선결 과제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데 이어 보험업 진출로 시너지를 일으키겠다는 것이 회사 측 전략이다.

우리금융은 이미 금융위 보험과장 출신의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생명 대표를 인수단장으로 영입해 물밑 실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수 절차를 마치고 보험 영업을 하반기 경영 전략에 포함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전해졌다.

다만, 탄핵 정국 등 정치 불확실성이 금융위 승인 일정과 맞물린 점은 변수로 거론된다.

금융위는 5월께 정례 회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끝내 좌초하면 동양생명·ABL 생명이 새로운 인수 주체를 찾지 못하고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MG손보, 롯데손보, KDB생명, BNP파리바생명, AXA손보 등 다수 매물이 적체된 상황에서 시장 관심이 식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M&A 과정에서 인수 무산 시 인수가액(1조5천500억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몰취 당할 수 있다는 계약을 체결한 점도 문제다.

인수 무산 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데다가 동양·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금융당국 절차로 인해 매각이 지연·무산된 데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절차와 규정대로 추후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될 사안"이라며 "내부통제 등 정성적 평가와 재무등급 등 정량적 평가가 이뤄졌을 텐데 얼마나 개선이 됐느냐, 앞으로 어느 정도 시한을 갖고 개선이 완료될 거냐 등도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링크

http://sharimanzu.today/View.aspx?No=3539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