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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바라본 에게해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중해의 이웃 국가인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해상 경계선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그리스 외무부는 영해의 관광자원 개발, 문화유산 보호, 해상 운송 개선 등을 고려한 해양공간계획(MSP)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그리스는 MSP를 EU에 보고했다.

MSP에는 이오니아해, 에게해, 동지중해 등 그리스 인접 바다의 대륙붕 바깥쪽까지 설정된 해상 경계선이 담겼다.

그리스 외무부는 "영해를 12해리까지 확장하는 것은 유엔 협약에 근거하는 우리나라의 양도 불가능한 권리"라며 "국제법 규칙에 따라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무부는 MSP가 배타적경제수역(EEZ)과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외무부는 MSP가 인접국 튀르키예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는 "우리가 현안을 해결한다고 해서 양국 간 대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리스는 튀르키예와 관계에서 긍정적 분위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튀르키예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그리스가 선언한 MSP에 명시된 일부 지역은 에게해와 동지중해에서 튀르키예의 해양 관할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에게해와 지중해를 폐쇄하려는 일방적인 행동을 삼가야 한다"며 "국제법은 환경 문제 등에서 이런 해역의 국가 간 협력을 권장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시도는 앞으로 튀르키예에 어떠한 법률적 결과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의 MSP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주장하고 튀르키예 자체적으로 MSP를 만들어 국제기구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와 튀르키예 모두 서방의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에게해의 앙숙'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해양 관할권과 천연자원 개발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영토 분쟁을 해결하고자 양국이 1923년 체결한 로잔 조약이 불씨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을 포함한 동트라키아 지역은 튀르키예 영토로, 에게해의 섬들은 그리스 영토로 하는 것이 이 조약의 골자다.

당시에만 해도 에게해의 섬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근래 들어 이 지역에서 대규모 천연가스와 석유가 발견되면서 EEZ와 자원 개발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