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중 갈등 국면서 '고심'…주한 中대사관 "한국측 참석 환영"
2015년 朴대통령, 서방서 유일 참석해 후폭풍…정부 "제반사항 종합 검토"
李대통령 지명 29일만 첫 총리 김민석 인준안 국회 통과
…찬성 173명·반대 3명·무효 3명
민주 "도 넘은 발목잡기"…국힘, "독재 본능 선언" 표결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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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19년 건국 70주년 열병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이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 이른바 전승절에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의사를 한국 측에 타진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한중 양국이 해당 사안에 대해 소통 중이라면서 참석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이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은 미중 간 긴장관계와 맞물려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참석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여러 계기에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이 가능한지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문의했다.
중국은 해외 정상들을 대거 초청해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병식이 포함된 전승절 8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열겠다는 계획이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이날 연합뉴스에 보내온 입장문에서 70주년 행사 당시는 "한국 지도자가 초청에 따라 참석해 좋은 효과를 거뒀다"면서 "중국 측은 이번 기념행사에 한국 측의 참석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면서 "올해는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이자 한반도 광복 80주년으로 중한 양국 모두에게 중요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물론 서방 국가 정상들도 초청 리스트에 올려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 방침을 굳혔다는 일본 교도통신 보도도 최근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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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이날 "이 대통령의 중국 9·3 전승절 80주년 기념식 참석 여부에 대해 한중 간 소통을 하는 중"이라며 "다만 외교채널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정부는 과거 사례와 한중관계, 한미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제반 상황을 봐서 검토해야 한다"며 "고려해야 할 게 많다"고도 말했다.
정부는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한중관계 관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격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와중에 중국이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자리에 정상이 참석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기초로 하는 한국 외교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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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중국 70주년 전승절 행사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2015년 중국의 70주년 전승절 행사 당시 서방 지도자들이 보이콧했던 열병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주의 진영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후폭풍이 일었던 점도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우호적 한중관계를 조성해 북핵문제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 등 일각의 불편한 시선에도 전승절에 참석했다.
하지만 "좋은 효과를 거뒀다"는 중국의 평가와는 달리, 이후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았고 곧이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중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가능성도 주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중 간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베이징으로 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시진핑 중국 주석 참석 문제 또한 고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한중 양국은 APEC을 매개 삼아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을 토대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인 임명동의안 투표 마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본인의 임명동의안에 대한 투표를 마치고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2025.7.3
한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3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측은 김 후보자가 부적격 인사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표결을 거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여권 정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의원 179명 가운데 찬성 173명, 반대 3명, 무효 3명으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가결됐다.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는 지난달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지 29일 만이자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6월 10일)한 지 23일 만에 이뤄졌다.
이로써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이자 제49대 총리로 취임하게 됐다.
4선 의원인 김 총리는 대표적인 '신명'(신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86 운동권' 출신으로 1996년 당시 32세의 나이로 15대 총선에서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됐고,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다시 국회에 입성하기까지 18년이 걸렸다. 22대 총선에서 4선 고지를 밟았다.
규탄 발언하는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을 규탄하고 있다. 2025.7.3
이날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김 총리에 대한 재산·학위 의혹 등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소되지 않았기에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를 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입장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가 이뤄지는 동안 국회 중앙홀에서 총리 인준 표결에 반대하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민석 인준 강행은 단순한 인사 실패가 아니다. 이재명 정권의 독재 본능이 드러난 정치적 선언"이라며 "이재명 정권은 김민석이라는 오만과 부패의 상징을 총리로 올리며 독재와 폭거라는 몰락의 계단으로 내딛고 있음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새로운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일하는 내각의 첫 단추인 '총리 인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총리 인준 반대에 대해선 새 정부 발목잡기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더는 국민의힘의 도 넘은 국정 발목잡기를 참지 않겠다"며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을 방해한다면 내란 동조 세력의 내란 청산 방해로 간주해 국민과 함께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불참한 국민의힘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상정되고 있다. 2025.7.3
한편 이날 투표 과정에서 민주당 염태영 의원이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명패로 투표하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에 "단순한 착오에 의한 것으로 명패 수는 동일하게 179매로 하고 그대로 개표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의원 자격을 유지하는 김 총리도 표결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