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 허비하지 않아…평화롭게 삶 마무리할 수 있을 것"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

...티베트 망명정부 수반 펜파 체링 총리 티베트 국가 연주 맞춰 티베트 국기 게양

인도 장관 "달라이 라마 재단 지침 따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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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90세 생일 맞아 (다람살라[인도] EPA=연합뉴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운데)가 6일(현지시간) 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의 사원에서 90세 생일 축하에 참석해 신도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07.06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법명 톈진 갸초)가 6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의 축하 속에 90세 생일을 보냈다.

AP·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에서 신도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달라이 라마의 생일 축하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오전 전통적인 붉은색과 노란색 승복 차림의 달라이 라마는 승려와 신도들의 박수 속에 사원에 도착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면서 무대에 올랐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어로 "이제 90세인데 내 삶을 되돌아보면 절대 허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서 "삶을 마칠 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아주 평화롭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다른 중생들을 위해 내 삶을 바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홈페이지에 올린 메시지에서 "물질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한 마음을 기르고 가까운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 미국 대통령, 라이칭더 대만 총통 등도 이날 행사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루비오 장관은 성명에서 달라이 라마가 "통합·평화·자비의 메시지를 구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계속 영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티베트 고유의 언어·문화·종교적 유산 보존 노력과 종교 지도자를 간섭 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해 "티베트인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달라이 라마 성하의 90세 생일을 맞아 14억 인도 국민과 함께 따뜻한 축하를 전한다"면서 "성하는 사랑, 자비, 인내, 도덕성의 영원한 상징"이라고 썼다.

불교 신자로서 행사에 참석한 키렌 리지주 인도 의회·소수민족 담당 장관도 "인도의 '최고 귀빈'인 달라이 라마가 우리나라에 와서 축복받은 느낌"이라면서 신도로서 달라이 라마의 단체에서 발표할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키렌 장관은 최근 달라이 라마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달라이 라마의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가 중국 정부의 항의를 받자 성명 내용이 사견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유명한 티베트 불교 신자로서 달라이 라마 옆에 선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가 "그는 이 지구상에 살았던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승려와 신도들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행사에서 티베트 예술가들의 음악 연주 등 문화 공연이 계속되는 가운데 티베트 망명정부 수반인 펜파 체링 총리는 티베트 국가 연주에 맞춰 티베트 국기를 게양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신도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생일 케이크를 한 조각 먹고 행사장을 떠났다.

최근 달라이 라마는 90세 생일을 앞두고 앞으로도 환생에 의한 후계자 제도를 이어가겠다며 환생자를 인정할 유일한 권한은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만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달라이 라마 제도의 전통과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단체 '가덴 포드랑 재단'은 각 불교 종파 지도자와 협의해 후계자인 환생자를 인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달라이 라마가 사망할 경우 후계자 지명에 중국 중앙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 병합에 맞서다 1959년 티베트에서 탈출한 뒤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 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