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급하게 표 구해 한달음에 달려와…"토트넘 손흥민의 마지막 경기니까요"
손흥민 이적 발표에 시원섭섭한 마음도 "이게 비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네요"
▷ 이 번 사람·동향은 손흥민 선수의 토드넘 마지막 경기와 이적 발표에 대한 보도를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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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훈련하는 토트넘 손흥민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캐슬과의 경기를 앞둔 토트넘의 손흥민이 2일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5.8.2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니까요."
축구팬 박모씨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가 열리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전날 서울 영등포구 IFC 더포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각종 외신은 손흥민의 차기 행선지가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스앤젤레스(LA)FC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캐슬과의 쿠팡시리즈 경기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뛰는 사실상 마지막 경기가 되면서 팬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됐다.
팬 수만명이 경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운집한 탓에 경기장 주변 도로는 일찌감치 자동차로 가득 차 주차장처럼 변했다.
경기장 주차장 입구엔 이미 '만차'를 알리는 간판이 세워졌고, 수백미터에 걸쳐 주차장 입장을 기다리는 차들이 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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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 올여름 팀 떠나기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손흥민이 2일 서울 영등포구 IFC 더포럼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이날 손흥민은 기자회견에 앞서 별도의 발언을 통해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25.8.2
팬들은 'SON' 글씨가 마킹된 흰색 토트넘 유니폼 또는 붉은색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손흥민의 고별전을 기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 박모씨는 손흥민이 직접 이적을 발표한 전날 급하게 표를 구매했다.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그의 모습을 눈에 가장 잘 담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좌석 중 가장 좋은 자리 하나를 큰마음 먹고 구했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 10년 동안 주말마다 내 가슴을 뜨겁게 했던 손흥민이었다. 원래 아스널(잉글랜드) 팬이지만 손흥민 경기도 챙기다 보니 EPL 전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축구 팬에게 손흥민은 최고의 스포츠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하고 떠나니 한편으로는 잘됐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내가 앞으로도 EPL을 계속 보겠나 싶은 아쉬움도 크다"며 시원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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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일씨, 손수호군, 양성은씨 가족 [촬영 설하은]
경기 시작까지 2시간이나 남은 오후 6시쯤엔 각 구단 버스가 들어오는 차로 양옆을 따라 수백명의 팬이 길게 늘어서 있기도 했다.
이들은 고개를 쭉 빼고 토트넘 버스가 도착하기만을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렸다.
뉴캐슬 유니폼을 입은 손재일(36)씨, 손흥민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양성은(35)씨 부부, 뉴캐슬과 토트넘 유니폼을 반반씩 리폼한 유니폼을 입은 아들 손수호(8)군 가족도 그 중 하나였다.
양씨가 "오늘 내리는 비가 비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다"고 울상 짓자, 남편 손씨는 "어제부터 아내가 우울해하더라"라고 맞장구쳤다.
양씨는 "손흥민은 우리나라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할 정도의 선수"라며 "미국에 간다고 하니 오히려 좋기도 하다. 계속 볼 수 있어서 다행이고, 내년 월드컵도 기대되고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경기인 만큼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고 마지막까지 뛰어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20대 여성 축구 팬 A씨는 "고별전인 만큼 시원하게 2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며 "1골은 토트넘에 대한 고별의 의미, 1골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축포의 의미"라고 설렌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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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전 가득 찬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 [촬영 설하은]
오후 6시 30분께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나와 뉴캐슬 벤치와 반갑게 인사하고 사전 인터뷰를 위해 그라운드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가자 이미 관중석을 대부분 메운 팬이 환호로 그를 맞았다.
경기 시작 40분 전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단이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뛰어 나왔고, 손흥민이 관중석을 차례로 돌며 양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팬들도 손흥민을 향해 함성을 내지르며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앞둔 그를 격려했다.
경기 시작 10분 전 대형 전광판을 통해 양 팀 선발 라인업이 소개되고 손흥민의 이름이 호명되자, 경기장에 가득 들어찬 6만여 관중은 상암벌이 떠나갈 듯한 뜨거운 함성으로 손흥민의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퍼포먼스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