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구상권 청구, 민법상 상계 채무 아닌 보험사에 대한 피해자 손해배상 대위채권으로 봐

보험사측 중과실등 손해배상 사건아닌 케이스...공제 없는 '구상권' 인정 케이스

2017년12월14일 태국서 한국인 관광객 태운 버스 전복으로 2명 중상 등 14명(한국인 1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보험사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마쳤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미 지급한 보험급여에 대한 구상권은 별도로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건보공단이 A 보험사에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양측의 법적 다툼은 2017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국 치앙마이 싼캄팽 휴양지에서 국내 여행사와 계약한 여행객들이 버스 전복 사고로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태운 대형 관광버스가 도로 옆 6미터 아래 수로로 굴러 떨어진 것.

당시 언론은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 60살 권 모 씨 등 두 명이 중상을 입었고, 엄 모 씨 등 한국인 관광객 9명과 태국인 안내원 두 명, 운전기사가 다쳤다고 보도했다.

사고 버스 운전사는 "커브 길에서 트럭을 피하려다 중심을 잃고 도로 옆 도랑으로 전복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귀국 후 건보공단에서 지정한 요양기관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건보공단은 피해자들에게 3천900만원가량의 보험급여를 지급했다.

이에 2018년 여행사가 가입한 A 보험사는 피해자들에게 책임보험의 보상 한도인 전체 3억원을 지급했다.

그리고 이후 건보공단은 지급한 보험급여에 대해 A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쟁점은 건보공단이 피해자들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대위(제3자가 다른 사람의 법률적 지위를 대신해 그가 가진 권리를 얻거나 행사)해 (변제)행사한 손해배상의 대위채권(구상권)에서 보험사가 (이미?) 피해자들에게 준 보험금을 공제 (상계) 할 수 있는 지였다.

1·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은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했어도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에서 이를 공제할 수 없고, 이에 따라 건보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한도액까지 보험금을 적법하게 지급했으므로 공단의 구상권은 소멸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명목으로 보험금을 지급했으니 이 돈이 공제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단의 보험급여 이후 가해자 또는 그 보험자가 손해배상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을 공제할 수는 없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해 건보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했다.

공단의 구상권 청구를, 민법 상 상계의 채무로 보지 않고, 공단의 보험사에 대한 피해자 손해배상의 대위채권으로 보고,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한도액까지 보험금을 적법하게 지급했고 그 한도를 넘게 됨에도 손해배상의 대위채권의 구상권을 공제없이 인정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건보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해 얻는 손해배상채권은 피해자의 전체 손해배상채권 중 건강보험 보험급여와 동일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으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보험급여와 성격이 같은 치료비 등에 대해서는 공단의 구상권이 인정되나 치료비와 상관없는 위자료, 휴업손해 등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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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캡처. 작성 이충원(미디어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