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조지호 경찰청장 파면…"헌법수호 책무 포기·엄정책임"

재판관 전원일치 탄핵 인용…'12·3 비상계엄 가담' 탄핵소추 1년만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 명시

경찰수장으론 헌정사상 첫 사례…"대의민주주의·권력분립원칙 위배"

趙 입장문 "헌재 결정 존중…공직사회서 같은 사례 반복되지 말아야"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선고기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선고기일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를 포함한 헌법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2025.12.18

헌법재판소는 18일 선고기일 조지호 경찰청장을 파면했다. 작년 12월 국회가 탄핵 소추한 지 약 1년 371일 만이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9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선고

피청구인 경찰청장 조지호가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 및 ① 2024. 12. 3. 출입 통제를 하였고 위 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및 수원 ②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하였으며 ③ 2024. 11. 9.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폭동을 유도하고 집회를 제한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하였다는 이유로 국회가 탄핵심판청구를 한 사안에서, 헌법재판소는 2025. 12. 18.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인용 (파면)]

파면의 효력은 즉시 발생해 조 청장은 즉시 직위를 잃었다. 경찰청장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파면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헌재는 비상계엄 당시 조 청장이 국회 봉쇄 및 출입 통제를 지시했고 국회의원들이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했고, 본회의도 지연됐다고 인정했다.

"국회의원 등이 위와 같은 출입 통제에 대하여 항의하자, 피청구인과 김봉식은 헌법상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 등이 있음을 확인한 뒤, 2024. 12. 3. 23:06 부터 국회 상시 출입자의 출입을 허용하였다."

(중략)

"피청구인은 서울특별시경찰청에 이 사건 포고령에 따라 모든 정치활동이 금지 되었으니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하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2024. 12. 3. 23:37 경부터 2024. 12. 4. 01:45까지 약 2시간 8분 가량 국회 출입이 재차 전면 차단되었다. 그 사이 국회 투입 경력은 점차 증원되었고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심의하기 위해 국회로 모이던 국회의장 및 일부 국회의원은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하였고 국회 본회의도 지연되었다."


헌재는 "이러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대통령 윤석열의 위헌 위법적인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 제77조 제5항,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조 청장 측은 우발상황 대비를 위해 국회에 경찰력을 배치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안전가옥 회동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병력을 동원해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계엄을 선포한다는 것과 국회 등에 군이 투입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며 "윤석열이 경력 배치를 지시한 목적 역시 군의 국회 진입을 쉽게 하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었다"고 못 박았다.

"피청구인은 안전가옥 회동을 통해 대통령 윤석열이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군을 국회에 투입하려고 한다는 것과 윤석열이 피청구인에게 경력 배치를 지시한 목적 역시 군의 국회 진입을 용 이하게 하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었다"며, "또한 피청구인은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국회에 경력을 투입하여 국회 출입문을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차단하여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적시하고, "이러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우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윤석열의 위헌 위법적인 지시를 실행하기 위하여 계엄해제요구권을 포함한 국회의 권한 행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조 청장이 안가 회동 이후 김봉식 전 서울청장으로부터 기동대 현황을 보고받은 점,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기획조정관으로부터 국군방첩사령부의 수사요원 및 체포조 지원 요청을 보고받고 승인한 점 등을 근거로, 피청구인이 국회의원의 체포 지시를 거부하고 국회의원의 월담을 사실상 방치하는 항명으로 계엄 해제에 기여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및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한 것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안전가옥 회동에서 대통령 윤석열이 거론한 국회와의 대립 상황 등이 헌법의 규정 또는 국가긴급권의 본질상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 없는 사정임은 분명한바, 피청구인은 위헌 위법한 이 사건 계엄에 따라 군이 수사를 위하여 선관위에 투입되는 경위의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계엄군이 출동할 기관인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력을 배치하여 출입을 통제하도록 하였다.

그 사이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당직자들의 휴대전화와 서버 등 전산시스템에 대하여 영장 없는 압수 수색을 하였고 이를 지원하기 위하여 출동한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경찰의 협조를 얻어 선관위 내부로 진입하였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위헌 위법한 이 사건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진입한 군을 지원하여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선 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다."

피청구인 조 청장의 변론으로 짧은 시간 내에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경찰 조직 내 최고 책임자로서 지닌 고도의 정보 접근성과 전문성을 고려하면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우발대비 목적에서 선관위 청사에 경력을 배치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선관위 청사 부근에 경력을 파견하여 안전 관리를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청구인이 선관위로부터 경력 배치를 요청받았다거나 선관위와 경력 배치에 관한 협의를 하도록 한 사정도 없는 점, 피청구인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선관위 청사에 못 들어가게 할 1 차적인 대상은 계엄군이 들어간 것을 알고 항의하러 들어가는 시민들'이라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이어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190명의 의원은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모여들었고, 시민들 역시 계엄에 저항하기 위해 국회로 모였고, 현장에 출동한 군경들도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고 짚었다.

헌재는 아울러 "피청구인의 행위는 경찰청장에게 부여된 헌법수호의 사명과 책무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며 "이는 계엄 선포 전후의 사정이나 피청구인의 상황 인식 등 어떤 사정에 비춰 보더라도 정당화되거나 용인될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이를 구체화한 경찰법 제5조는 경찰청장을 비롯한 모든 경찰에게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공정과 중립을 지킬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경찰법과 국회법은 경찰청장이 공정과 중립을 지키며 직무에 전념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경찰청장은 단순히 대통령 등의 지시를 그대로 집행하는 지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휘 감독하는 경찰의 직무 수행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권한과 책무를 가진다."는 판단의 근거와 같이, 조 청장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파면으로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경찰 조직 내 최고 책임자로서 고도의 정보접근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소속 공무원 및 각급 경찰기관의 장을 지휘 감독할 책무를 부담하는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의 위헌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경찰청장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였음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경찰의 직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수행 될 것이라고 믿어 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보이지 않는 희생과 봉사에 전념해 온 경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피청구인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결정하였다.

다만 작년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 폭동 유도 여부 및 집회 제한 여부에 대해서는 조 청장이 해산명령을 내렸거나 체포에 관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소추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청장은 파면 결정 뒤 변호인을 통한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 "경찰과 공직사회 모두 저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는 입장문이 보도 되었다.

이날 선고로 헌재는 비상계엄과 관련한 탄핵심판 사건을 1년 만에 모두 매듭지었다.

앞 서 윤 전 대통령은 4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되었고, 박성재 전 법무장관과 한덕수 전 총리 탄핵소추 등은 기각되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 및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앞 서 즉시 직위 해제되어 월급이 삭감되었고, 조지호 경찰청장은 탄핵소추안의 통과로 직무정지 상태 유지 (약 1년 간 억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비난이 일었으나 파면 여부의 중대한 직급 직위가 다르며) 2025년 12월18일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그 파면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