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스카치위스키"…트럼프 관세에 출렁?
수요 감소·관세 여파로 공급 과잉

"생산 감축…재고 증가에 창고 더 짓기도"

지역 경제 타격 우려

진열대에 놓여 있는 스카치위스키.
사진 왼쪽부터 로얄 쌀루트 30년산, 발레타인 30년산 등.


고급술의 대명사로 '스카치위스키' 명칭의 연원이 된 스코틀랜드 양조업계마저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실상 소폭 상승세를 타던 무드가 꺾인 것으로 일시적 정체를 지나 공급과잉으로 보이는, "창고저장업"의 큰 고객으로 등장할 기세처럼 보인다. 실재 본산지 주요 업체들은 직접 보관창고를 짓고 있다고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불확실성까지 덮치면서 공급 과잉이 빚어지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와인 등 레스토랑 외식사업과도 더 결속된 반주형(?) 과일주와는 또 달리 높은 도수의 고급술 시장의 확장이 쉽지 않고, 싼 가격에 대량 공급되며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마트 소비의 주류업계와도 차별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고가 주류와도 대비하여 현재 상류층 교류 문화를 넘어 중산층 사교 클럽, 심지어 백화점과 전문 상점등 대중소비층까지 확대되어 왔던 이상 전략적 방향까지도 내부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이다.

1980년대 공급 과잉 사태로 진단되기도 한 '위스키 호수'(whisky loch) 위기 시기에 대한 거론과 같이 외신은 관련영역의 일자리 감축은 물론 양조장 폐쇄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십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전 세계 위스키 시장은 최근 몇년 사이 판매 감소를 겪고 있는 것이며, 올해 상반기에도 판매가 2.5% 줄어 3년째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데이터에 따르자면,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업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미국 내의 스카치위스키 판매는 올해 1∼9월 전년 동기와 비교해 6% 줄었다. 이는 불과 5년 전 스카치위스키가 미국에서 전년 대비 4%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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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혹은 전문 상점 등에 전시되어 있는 스카치위스키.

미국과 영국 간 무역협상 진전의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키를 포함한 영국산 제품에는 수입품에 부과한 10% 기본 관세가 계속 적용된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치솟자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소고기, 커피 등에 대한 상호관세는 면제했지만 주류는 이 대상에서 빠졌다.

사실상 또한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이르지 못한 가까이 캐나다산 주류와의 갈등도 여전한 셈으로 있어 해결이 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고율의 무역 관세를 매기자 캐나다는 맞대응을 결정하고 국산 소비 및 미국산 주류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으나, 결국 로열 크라운등 지명도 있는 메이저급 위스키사는 미국행을 택한 상황이다.

앞 서 스카치위스키협회는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10% 관세로 인해 업계가 매달 약 2천만파운드(약 390억원)에 달하는 판매 손실을 겪고 일자리가 1천개 이상 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주요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경우도 없지는 않으나 위스키 생산의 특성상 간단한 결정이 아니다. 특유의 생산 공정과 제조 기법 차원만이 아닌, 재료가 되는 곡물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도 손꼽히는 "물"의 공급원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두고 생산시설을 옮긴다는 결정은 실상 그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케이트 포브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부수반은 생산 감축이 농촌 경제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면서 고용 등 스코틀랜드 경제의 주요 기반인 위스키 산업에 대한 미국 관세의 재앙적인 영향을 경고했다고 외신을 통해 보도했다.

"주로 미국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생산을 상당히 줄였다"며, "이는 장기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그들은 미국 관세 협상 결과를 기다리며 사실상 확장 계획을 보류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업체는 팔리지 않은 위스키 재고를 보관하고자 저장 시설을 늘리고 있다.

고급 보관저장은 고급술이라는 위스키 특성을 활용하며 곤란기를 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스카치위스키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은 신규 시장의 확장을 가정한 전망일 뿐이므로 다음 번 챕터가 어떻게 전개될 지는 단언하기는 힘들다.

다만 스카치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의 우는 소리와 같이 미국과의 무역 관세 전쟁(?)과 그 협상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더 많은 소리들이 있다는 차원이 더 교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힐튼 호텔도 지은 스코틀랜드산 스카치위스키의 관세는? 미국에 대한 스코틀랜드의 변형적 상호간 투자 확대? 그리하여 그것도 소고기처럼 대폭 관세 인하?

대서양을 건너서 영국으로 내리 퍼붓는 허리케인보다, 성범죄자 앱스타인 사진과 미국 전 대통령등 유명인사들 사진을 나란히 들고 시위하는 숫적 소요 규모보다도, 그러나 그 또한 그렇게 간단한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섣불리 훈수를 두기 보다 귀추가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측면들이다.

지난 3월4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조의 온타리오주 주류 판매공사 매장에 미국산 주류를 진열대에서 철거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로이터)


캐나다 주류 진열대에서 치워지고 있는 미국산 와인.


캐나다 벤쿠버의 한 주류 매장 진열대 앞에 세워진 "캐나다산을 대신 사시오" 기재된 게재판.이 매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산 주류 상위 5개 브랜드의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9월에는 글로벌 주류 기업 디아지오가 캐나다를 상징하는 위스키 '크라운 로얄' 생산 공장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자 캐나다 전역이 들끓었다.

'크라운 로얄'은 1939년 영국 조지 6세 국왕 부부가 캐나다를 방문한 것을 기념해 만든 술로, 캐나다산 곡물과 매니토바주 위니펙 호수의 물로 만들어져 캐나다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까지 여겨진다.

캐나다는 현재도 영연방 왕국의 일원이며 웨스트민스터 전통을 따르는 의원내각제 입헌군주국이다.

그런데 그 캐나다의 '크라운 로얄' 위스키가 미국 내 판매되는 캐나다 위스키 카테고리 점유율 42%를 차지한다.

제조사 디아지오는 위스키 원액을 만드는 증류(distillation)와 숙성(aging) 과정은 캐나다 매니토바주 김리, 퀘벡주 밸리필드 시설에서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캐나다에서 넘어온 고도수 원액을 받아 물을 섞어 도수를 맞추고(加水), 최종적으로 병에 담는 병입(bottling)과 포장, 미국 내 물류 영역등이 미국 공장으로 이전된다.

캐나다 법률상 '캐나다 위스키'는 그 병입의 장소는 필수적 요건이 아니라는 것이 적극 활용됐고, 그로써 무역 관세라는 더 높아진 파고를 넘어 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캐나다 전역으로 미국산 주류 진열도 거부하며 대응하고 있는 캐나다 국민적 정서로는, 현재 과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대로 미국 일 개 주가 되면 될 것인가에 대한 질의를 반쯤은 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에 글로벌 주류 기업 디아지오가 캐나다를 상징하는 위스키 '크라운 로얄' 생산 공장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자 캐나다 전역이 들끓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주지사가 지난 9월 2일 기자 회견장에서 크라운 로얄 위스키를 땅에 부어 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