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배우자는 재산 상속 못 받는 민법 헌재 "합헌"...입법미비 주장은 권한밖(?) 각하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3.31 16:02 의견 0

"법률혼과 동일한 취급할 수 없어 평등권 침해 아냐"…2014년 결정 논리 반복

'재산분할청구권 입법미비' 주장은 각하…"사실혼 배우자에 불합리" 소수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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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사망한 배우자의 재산을 상속받을 법적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현행 민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민법 1003조 1항 중 '배우자' 부분에 대해 지난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소수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헌법소원을 청구한 A씨는 사실혼 배우자와 11년간을 함께 살다가 2018년 급작스럽게 사별했다. 그는 법원에서도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았다.

민법 1003조는 배우자가 망인의 부모나 자녀(직계존·비속)와 같은 수준의 상속권을 갖고 법이 정한 비율만큼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정한다. 상속에서 제외된 상속권자는 유류분의 청구권도 갖는다. 게다가 직계 존속이나 비속이 없으면 배우자가 단독 상속권을 갖는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배우자는 어디까지나 법률혼의 배우자일 뿐, A씨와 같이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망인의 재산은 법정상속인인 형제자매 등에게 돌아갔다.

A씨는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헌재는 그러나 10년 전 2014년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던 선례를 이번 사건에도 똑같이 적용해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으므로 상속권 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통해서 상속권을 가질 수 있으며,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파악해 분쟁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됐었다.

또, A씨는 생전의 이혼 청구권등 외 한쪽이 사망등으로 혼인관계가 종료될 경우에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의 분할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입법하지 않은 것(부작위)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권한)자는 이혼과 같이 쌍방 생존 중 혼인이 해소된 경우의 재산분할 제도만을 재산분할청구권 조항의 입법사항으로 했다"며 A씨의 청구 자체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보고 "각하"했다.

다만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적법한 청구로서 헌재가 판단을 내려야 하고, 사실혼 관계에서 일방이 사망한 경우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남겼다.

세 재판관은 "현재의 법체계 및 재산분할 제도 하에서는 사실혼 부부가 협력해 이룬 재산이 그 형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다른 상속권자들에게 모두 귀속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입법 형성에 관한 한계를 일탈해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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