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경선 승리뒤 불출마 선언 역대 초유…'레임덕' 6개월 권력 누수 우려커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7.22 19:53 의견 0

초유의 재선 포기에 혼란 가중…베트남전 당시 존슨 前대통령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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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듯 눈 만지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피곤한 듯 눈을 만지고 있다. 2024.07.1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6개월가량 남은 임기도 레임덕(권력누수)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직 대통령이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임기 말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NBC 방송 등은 이날 당안팎의 거센 하차 여론에 떠밀려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를 전격 포기하면서 사실상 '레임덕 대통령' 신세가 됐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1월까지로 예정된 임기를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과거 재선 포기를 선언하고 국내 정치보다는 외교 현안 관리에 집중했던 린든 B. 존슨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68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은 미국에서 베트남전 반대 기류가 확산하면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경선 경쟁 후보와의 표 차도 적게 나타나자 재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었다.

존슨 전 대통령은 출마 선언 당시 대통령직이 국내 정치의 "당파적 분열"에 더럽혀져는 안된다고 강조했으며 이후 남은 임기 동안 베트남 전쟁 상황을 해결하려는 데에 집중했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도 남은 임기 동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지원 등의 외교 안건에 집중하면서 존슨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다봤다.

NYT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결정으로 그는 즉각 '레임덕 대통령'이 되었지만, 남은 임기를 국내 정책에서 거둔 성과를 공고히 하고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을 관리하는 데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NBC 방송 등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고 그 뒤를 인도-흑인 혼혈 계열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그동안 말라가던 '돈줄' 기부금이 물밀듯 다시 들어오는 모양새라고도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을 경우 중국·러시아에 맞서 미국 동맹 강화부터 우크라이나 무장 지원에 이르기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따를 것으로 보고 있으나, 예외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있어선 더 강하게 비판하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선 공감을 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실히 남은 6개월의 레임덕 기간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해리스 미 부통령은 홍콩, 위구르 인권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꾸준히 발언해왔다.

2022년 9월 29일 방한 당시 판문점 방문했으며 대(對)북한에 대하여는 원칙론을 강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척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나, 레임덕 기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마지막 사자후 및 그에 대한 입장 태도나 설거지의 정도가 결정될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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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스 원 오르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오르고 있다. 2024.07.18.

이에 미국의 대통령 레임덕 및 권력 이양 시기마다 불거졌던 권력 공백으로 인한 혼란에 대하여도 이번에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WSJ에 기고한 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로 인해 미국은 이제 이전 정권에서보다 100일 가까이 더 긴 권력의 과도기를 겪게 됐다면서 전 세계가 앞으로 6개월간 국제적 사안에서 미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어 레임덕 대통령이 겪는 국가 안보 위기와 기회들은 당시 처한 국제 정세와 대통령 본인의 성향 및 신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레임덕 기간은 "유일무이한 복잡성"을 지닌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불출마 선언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뒤 공식 지명만을 남겨두고 사퇴한 초유의 사례인 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레임덕 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 그리고 중국과의 높은 긴장 등의 논란거리들을 고려할 때 바이든의 레임덕 기간에 드리운 갈등의 전망은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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