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VS. 이스라엘 '기변'보다 타오르는 강대강 촉발…세계사적 한 매듭 지점이 결국 도래되나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8.02 17:39 의견 0

'저항의 축' 세력 테헤란 집결, 보복 행동 개시 나서나…"새 국면"

네타냐후·바이든, '저항의 축' 공격 대응 논의…백악관 "새로운 방어적 군사 전개"

50도를 넘는 기후변화가 속출하는 이미 '기변'의 시대,

그 보다 더 뜨거운(?) 흐르는 세계사적 한 매듭지점의 도래를 목도하게 될 지도 모른다

튀르키예 시위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피살로 아랍권 민심이 들끓고 있다.

튀르키예와 파키스탄, 요르단 등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하니예 사진이 담긴펼침막을 들고 거리로 나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거리는 이날 저녁 수천명의 시위대로 가득 찼다.

시위대는 하니예의 사진과 '순교자 하니예, 예루살렘은 우리의 대의이며 당신의 길이 우리의 길'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이들은 또 "살인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서 떠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하마스 지도자 암살에 항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암살 행위를 비판하며 이번 일이 팔레스타인의 의지를 꺾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탄 시위는 파키스탄과 요르단에서도 이어졌다.

파키스탄 최대도시 카라치에서는 수백명이 '무슬림이 승리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AP통신이 확보한 영상을 보면 시위대는 "하니예, 당신의 피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우리가 모두 하니예이며 하마스다"라는 영문 글귀를 적은 현수막으로 항의의 뜻을 드러냈고,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리아와 레바논, 이라크, 이란을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도 터져 나왔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도 천 명이 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반이스라엘, 반미 구호를 외쳤다.

하니예는 앞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피살됐다.

이란과 하마스는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하마스 창시자이자 정신적 지도자였던 야신과 알란티시 등도 과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르단 외무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스라엘의 암살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극악무도한 범죄이자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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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레바논에서 이슬람 형제 최고위급 인사들이 암살되는 수모를 당하자 '저항의 축'들이 테헤란에 집결했고, 이스라엘에 대한 피의 보복의 예고를 날리며 본격적 움직임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은 맹방 미국과 공조 모양새를 취하며 전면전 등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에 들어가는 등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밖에서 날아온 발사체가 아닌, 약 두달 전 설치된 귀빈용 숙소 건물 내 폭탄에 의해 암살된 것이라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도 나온 가운데 이란이 최종적으로 어느정도 수위의 대응책을 택할지 주목된다.

이스라엘은 이전에도 이란 내부에서 다양한 암살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사드는 지난 2020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주도한 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의 암살 배후로 지목됐다.

암살 당시 파크리자데는 부인과 함께 테헤란 동쪽의 휴양지에서 경호팀의 보호 아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기관총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2010년에서 2012년까지 테헤란에서 핵 개발 참여 과학자 4명이 암살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하니예 암살과 관련해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구체적인 사항을 브리핑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식적으로는 어떠한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다.

폭탄을 설치하는 과정의 모사드 역량에 대한 평가가 나오면서 감정적 대치 상태는 더욱 민감해 졌다.

하니예가 사용할 방을 예측하는 것도 힘들지만 숙소 건물의 경호를 맡은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의 눈을 피해 폭탄을 반입하는 것도 고난도의 공작이라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사전에 폭탄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 폭탄이 하니예 일행의 수화물에 섞여 숙소로 반입됐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되었다.

이스라엘과 이란 관계 전문가인 로넨 솔로몬은 폭탄 설치와 관련해 "이란 정권의 반대파나 하마스 내 하니예 반대 세력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하니예의 방에 설치된 폭탄은 AI(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탄에 설치된 AI의 정확한 기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란에 잠입한 모사드 공작팀은 하니예가 방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폭탄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행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이란의 최고위 당국자들이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레바논, 이라크, 예멘 등 역내 동맹의 대표단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회합 여부와 결과는 추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란과 그 대리세력(중동 내 친이란 무장조직) 등 '저항의 축' 그룹이 본격적인 집단 행동을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PIJ)",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 저항의 축 대표와 함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이란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이 참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망나니 범죄자"라고 비난하고 "잔인하고 더러운 범죄를 두고 저항 전선에 있는 무자헤딘(성스러운 이슬람 전사)의 복수 불길이 타오른다"고 말했다.

또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날 테헤란에서 거행된 하니예의 장례식에서 "'저항의 축'과 우리가 하니예의 순교와 관련해 정의를 추구할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분명히 벌어질 일"이라며 "다양한 조치가 있을 것이며 시온주의자(이스라엘)는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이스라엘 무력 공세 수위를 높이며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별러온 헤즈볼라도 보복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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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최고위급 사령관 장례식에서 연설하는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는 TV 중계된 슈쿠르 사령관 장례식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공습으로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명백한 대응을 약속했다.

나스랄라 사무총장은 "저항 세력은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하다"며 "우리는 보여주기식 대응이 아닌 진정한 대응, 실질적 기회, 세밀하게 계획된 보복을 모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이라크 바그다드 남부 지역 공격과 몇시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및 테헤란 공격으로 무력 충돌이 여러 전선에서 새로운 역내 전쟁 국면으로 전환됐다면서 "우리와 그들 사이에 남은 것은 전쟁터 뿐"이라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비록 그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고 사령관 암살 등에 상응하는 실질적이고 유효한 보복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헤즈볼라는 실제로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서쪽 지역을 겨냥해 수십발의 로켓을 쏘기도 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공습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의 메추바 공동체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자국을 위협하는 '저항의 축'의 잇단 경고에 이스라엘도 강경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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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회담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국내 전선사령부를 방문해 "어느 곳에서든 우리에게 가해지는 모든 침략 행위에 비싼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방어와 공격 시나리오 모두에 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부장관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를 향해 "무거운 대가를 치르기 전에 위협과 거짓말을 멈추라"면서 "북부 국경지대 주민의 안전을 복원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를 하고 '저항의 축'의 보복 공격에 대한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헤즈볼라 최고위 사령관과 하마스 정치국장 암살 이후 이스라엘의 방어를 돕는 차원에서 '새로운 방어적 군사 전개'에 나섰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의 방어를 돕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백악관은 "두 지도자가 이란 및 그 대리 세력의 탄도미사일 드론 공격에 대비한 이스라엘의 방어 노력에 대해 논의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방어 노력 개시를 강조하면서도 긴장 완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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