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태풍 야기로 사망·실종 150명 넘어…세계 커피 원두값 상승으로도 직결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9.11 13:57 | 최종 수정 2024.09.11 13:59 의견 0

베트남 태풍 사망·실종 150명 넘어…하노이 일부 침수

홍강 16년만에 최고 수위…강변 주민 대피·다리 일부 교통 제한

태풍 '야기'로 모조리 쓰러진 베트남 바나나 줄기들

지난 8일(현지시간) 베트남 북부 흥옌성에서 태풍 '야기'가 몰고 온 강풍으로 한 농장의 바나나 줄기들이 모조리 쓰러져 있다. 2024.09.10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슈퍼태풍 '야기'가 강타한 베트남의 사망·실종자가 150명을 넘어섰다.

수도 하노이를 흐르는 홍강 수위는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일부 지역이 침수되고 주요 다리의 교통이 일부 제한됐다.

1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베트남 북부를 강타한 태풍 야기에 의한 사망자가 이날까지 87명에 이르며 70명이 실종됐다고 관영 VTV 방송이 보도했다.

전날까지 하노이를 비롯한 베트남 북부 일대에 사흘째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와 산사태에 따른 인명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하노이를 관통하는 홍강 수위는 이날 오전 9.5m를 기록한 데 이어 24시간 안에 10.5m까지 상승이 예상된다고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재난 관리 당국은 홍강 수위가 16년 만에 최고로 높아짐에 따라 이날 오전 현재 하노이 홍강 강변의 침수 지역에 거주하는 약 500가구를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호안끼엠 지역 등 하노이의 일부 강변 지역은 물에 잠겨 주민들이 보트 등을 타고 피신했다.

태풍 '야기'로 물에 잠긴 베트남

베트남 북부 푸토성의 한 마을이 태풍 '야기'에 따른 폭우와 홍수로 잠긴 모습. 2024.09.09

홍강 강가에 사는 주민 판 티 뚜옛(50)은 홍강 수위가 이렇게 높아진 것은 처음 본다면서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개 두 마리만 데리고 간신히 몸을 고지대로 피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뚜옛은 "가재도구를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해 이제 모든 것이 물속에 있다"면서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다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홍강 수위가 높아지자 당국은 안전 문제를 우려해 하노이의 핵심 교량인 쯔엉드엉 다리에서 대형버스·트럭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차량의 통행을 제한했다. 또 다른 주요 교량인 롱비엔 다리에서도 철도 운행을 중단했다.

앞서 전날 북부 푸토성에서는 홍강을 지나는 퐁쩌우 철교가 무너져 트럭 등 자동차 10대와 오토바이 2대가 강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 현장에서 5명이 구조됐지만 나머지 8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이밖에 북부 타이응우옌성·옌바이성의 일부 도시 지역에서는 밤새 내린 폭우로 이날 오전 단층집들이 거의 물에 잠겨 수많은 주민이 옥상·지붕에 발이 묶인 채 소셜미디어 등으로 구조를 애타게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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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타고 대피하는 하노이 주민
10일(현지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지나는 베트남 북부 최대 강인 홍강 수위가 16년 만에 최고치로 높아지면서 강변 곳곳이 침수되자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대피하는 모습. 2024.09.10

한편, 세계 제2위의 커피 원두 생산지인 베트남이 슈퍼태풍 '야기'로 큰 피해를 입자 세계 원두 가격이 상승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세계 커피 시장의 양대 품종 중 하나인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3% 가까이 올랐다.

로부스타와 함께 대표적인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 가격은 뉴욕 시장에서 3.8% 상승했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지인 베트남이 야기로 타격을 받아 커피 작황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두 재배 농가의 구체적인 피해 규모 등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게다가 세계 최대 원두 생산지인 브라질에서도 내년 작황이 결정되는 커피나무 개화기인 최근 고온과 가뭄이 이어져 내년 작황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세계 원두 수급 상황이 빠듯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베트남산 커피 원두. 2024.09.10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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