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잃은 '푸딩이'도 조문…짖는 대신 물끄러미 위패 응시
류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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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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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가 오락가락한 5일 오후 서울시청 앞 제주항공 희생자 분향소에 이번 참사로 가족을 잃은 반려견 '푸딩이'가 찾아왔다.
전남 영광군에 살던 푸딩이는 80세 A씨를 비롯한 가족 9명을 한 꺼번에 떠나보냈다. 이후 마을을 홀로 떠돌다 동물권 단체 '케어'에 의해 구조돼 보호받고 있다.
푸른색 옷을 입은 푸딩이는 오후 2시께 활동가의 품에 안긴 채 분향소에 입장했다.
활동가가 국화를 들고 단상 앞에 서는 동안 푸딩이는 어리둥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이 묵념하는 동안 뒤편을 바라보던 푸딩이는 김영환 케어 대표가 추모사를 읽자 물끄러미 '제주항공 여객 사고 희생자 합동 위패'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분향소에 들어서면서부터 조문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한 번도 짖지를 않았다.
케어는 공식 입양 절차를 밟기 전 푸딩이의 가족들과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함께 조문했다. 김 대표는 "푸딩이가 새 가정을 찾아가기 전에 보호자들에게 인사드리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푸딩이는 참사 희생자 중 최고령자인 A씨가 키우는 반려견이었다. A씨의 장녀의 딸 유아원생 손녀딸이 푸딩이를 같이 돌봐왔으나 A씨의 둘째 딸과 그 자녀 셋까지 가족 8명이 함께 팔순 축하 해외여행을 떠났다 한 꺼번에 돌아오지를 못했다.
타지에서 건설업계 기기 운전업자인 둘째 사위만 살아 남았고 그는 현재 "혼자 살아 남아 무엇하느냐고" 절망하고 있어 간혹 서로 얼굴만 본 적 있는 푸딩이를 데려다 맡겨 놓을 여건도 아니고 도무지 말을 꺼내 볼 요량도 날 일이 아니다.
마을 회관이며 동네를 혼자 헤매고 다니던 푸딩이를 임시 보호하고 있는 케어의 한 활동가는 "집에 있을 때 계속 현관을 보고 기운 없는 느낌"이라며 "줄만 들어도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외에서 푸딩이를 입양하겠다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며 "그분들 역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케어는 유족과 협의해 향후 보호자가 정해질 때까지 임시 보호할 계획이다. 이르면 6일부터 공식 입양 신청서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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