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빵 훔친 장발장 노숙인에게 손 내민 경찰관
"배가 고파 범행"…경찰, 숙소·일자리 지원
(남양주=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 한파 속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빵을 훔쳐 달아난 노숙인이 경찰의 도움으로 생계 지원을 받게 되면서 온정을 더하고 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신년 지난 5일 오후 1시 20분께 경기 남양주시 한 제과점에서 "어떤 남성이 빵을 훔쳐 달아났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남양주북부경찰서 진접파출소 경찰관들은 가게 CCTV를 통해 70대 남성 A씨가 빵 2개를 훔쳐 도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동선을 추적해 신상을 파악했으나, 주소지로 등록된 집에서는 A씨를 찾을 수 없었다.
이후 순찰 중이던 윤재성 경위와 김용구 경사는 사건 발생 이틀 만에 남양주시 진접읍의 한 다리 아래에서 비닐 천막 등으로 덧대서 거처를 만든 A씨를 발견했다.
그는 비닐 천막과 낡은 담요 등으로 추위를 견디며 노숙하고 있었다.
거처에는 남양주시가 지난해 12월 두차례 이곳을 방문해 철거해달라는 안내문도 부착돼 있기도 했다.
A씨는 경찰서로 임의동행된 후 경찰 조사에서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고파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월세를 내지 못해 약 3개월 전부터 다리 밑에서 노숙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씨를 검거했던 윤 경위와 김 경사는 생계형 절도범으로 밝혀진 A씨에게 당장 처벌보다 생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통상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검거된 피의자는 사건이 경찰서로 이송되면 윤 경위와 김 경사의 손을 떠나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A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쉬는 날에도 직접 발로 뛰며 지자체와 협력해 A씨가 식료품 지원과 긴급생계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경찰의 도움으로 A씨는 현재 읍사무소가 마련한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병원 진료와 함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3개월 동안 편의점과 마트, 제과점 등에서 라면과 빵 등을 절도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날도 추워지고 A씨의 건강을 우려해 뭐라도 도울 수 있게 읍사무소 복지 담당과 연결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