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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후판 [현대제철 제공]
정부가 중국산 철강 후판에 최대 38%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21일 철강 관련주가 동반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동국제강은 전 거래일보다 12.22% 오른 9천640원에 거래를 마쳤다.
POSCO홀딩스[005490](5.03%), 현대제철[004020](3.52%)를 포함한 국내 후판 3사의 주가가 모두 올랐다.
이외에도 포스코스틸리온[058430](21.41%), 문배철강[008420](8.22%), 넥스틸[092790](5.44%), 세아제강[306200](4.15%) 등 철강 관련 종목이 일제히 올랐고 이중 세아제강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장 초반에 비해 상승폭은 상당히 좁아졌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에 대한 예비 조사를 진행한 결과 덤핑 사실과 덤핑 수입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잠정 덤핑 방지 관세 27.91%~38.02%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국내 후판 3사가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잠정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산 후판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후판 제조사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가격 상승 내수 비중 증대로 수익성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형 국내 조선사 기준으로 전체 후판 사용량의 중국산 비중은 약 20% 수준으로, 중국산 후판에 대해 30% 관세를 적용할 경우 원가율 1%포인트 상승 요인이 된다"며 "중소형 조선사의 경우 중국산 비중이 40~50%에 달해 원가 부담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원가 상승 우려를 안게 된 HJ중공업[097230](-1.72%), 삼성중공업[010140](-1.62%), HD한국조선해양[009540](-1.61%), HD현대중공업[329180](-1.47%) 등 조선 업종은 약세를 보였다.
일각에선 조선사가 보세공장제도를 활용하면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어 반덤핑 관세 부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보세공장은 수입 외국 원재료를 과세 보류 상태에서 사용하고 수출해 무관세를 적용받는 특허보세구역으로 조선소 야드는 대부분 보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HD현대 계열인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원재료 수입 때 관세가 유예된 상태에서 보세구역에서 작업해 수출하는 사용신고 방식을 쓰고 있어 중국산 후판을 수입해 보세구역에서 선박을 만들어 수출하면 관세를 내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돼도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 가능한 것이다.
다만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원재료를 일반 수입품으로 신고하고 관세를 내는 수입신고 방식을 써왔는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 체결로 거의 무관세가 적용됐던 때문이다. 이 번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선박 건조 후 수출 시 환급을 못 받기 때문에 무관세 효과가 사라지므로 수입신고 방식을 쓰던 조선사들이 무관세 적용을 받기 위해 사용신고 방식으로 변경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사실상 내수용 선박 제작 비중이 높아 보세공장 활용도가 떨어지는 중소형 조선사는 수출 비중이 큰 대형 조선사에 비해 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조치로 인하여 장기적으로 중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를 더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후판 가격 상승으로 제작 단가가 맞지 않아 국내 조선사가 수주를 포기하면 해당 물량이 중국 조선소로 넘어갈 수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