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임 당시 범죄·마약과의 전쟁 선포

...마약판매·사범·복용 용의자 즉각투항 않을시 발포 허용

경찰총격만 약 6200여명 사살, ICC측 약 2만 ~ 3만명 추산

전직 정부수반 두 번째 기소 사례…유죄시 최대 종신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영장 청구로 미국 제재대상 카림 칸 ICC 검사장

"국제법 약하지 않다" 말해

'필리핀 대통령 가문' 간 권력투쟁 결과 필리핀서 실재 압송가능 시각 더 많아

...오바마 전 대통령과도 총(?)세워 별명 '필리핀의 도널드 트럼프' 기소로 귀추 주목돼

지난 2016년6월20일 필리핀 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 당시 범죄·마약과의 전쟁 선포.
그는 유독 한국산의 K-1 소총을 들고 범죄와의 전쟁 의지를 과시했다.
그는 집권당시 그들을 쏘는 총알도 아깝다거나, 강력범은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 등의 과격한 발언과도 같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등에 대해 욕을 퍼붓기도 했다.


'마약과의 전쟁' 명분으로 반인도적 살상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2016∼2022년 재임)이 12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수감됐다.

그는 현재 자신이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면서 계속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고도 밝혔다.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륙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 압송 항공편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이날 ICC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헤이그 공항에 대기 중인 버스를 이용해 헤이그 외곽 네덜란드 교도소 내의 ICC 구금 센터로 이송됐다.

사실상 필리핀은 ICC가 2018년 마약과의 전쟁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ICC를 탈퇴했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 세라 두테르테와의 연정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도 ICC 조사를 거부한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었다.

하지만 지난해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갈등을 빚으면서 필리핀 정부는 ICC가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하려 할 경우 협조하기로 돌변했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한 뒤 예비 심문 기일을 잡을 예정이다.

앞으로 수일 안에 열릴 예비 심문에서 ICC는 그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가 기소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향후 심문 기일을 정하게 된다.

본격 재판은 수개월 뒤 시작될 전망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유죄 판결 시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 ICC 구금 센터에 수감되는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헤이그[네덜란드]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인근의 국제형사재판소(ICC) 구금 센터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을 태운과 호송 차량 행렬이 들어가고 있다. 2025.03.13

실재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버스로 압송되었다.


AFP 통신과 현지 매체 마닐라타임스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여객기가 헤이그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나는 경찰과 군대가 각자 할 일을 하면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해 왔다. 그게 이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법 집행 기관과 군대를 이끈 사람"이라며 "나는 여러분을 보호하고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긴 법적 절차가 될 것이지만, 나는 계속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알겠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판 기간 ICC 구금 센터 내 침대·책상·찬장·세면대·변기를 갖춘 약 10㎡ 넓이의 방에서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방에 설치된 PC로 자신의 변호인이 제공하는 재판 관련 파일을 살펴보고 도서관·휴게실·조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산책·달리기· 배구·테니스·농구 등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해졌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기소는 2019년 무죄 선고를 받은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이후 전직 정부 수반으로는 두 번째 사례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상대로 체포영장을 청구,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카림 칸 ICC 검사장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체포 영장이 집행됐다는 사실이 "피해자들에게 중요하다"면서 이는 "국제법이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약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이번 체포가 "살인 희생자 수천 명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ICC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이던 2011년 11월 1일부터 대통령 재임 때인 2019년 3월 16일까지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재임 중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해 용의자 약 6천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집계한다. 인권단체는 실제 사망자가 3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해왔다.

'먀악과의 전쟁' 희생자의 어머니 에밀리 소리아노는 전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의 체포를 환영하면서 "내 아들에게는 적법한 절차가 없었다"라면서 "두테르테는 운이 좋다. 그에게는 적법 절차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좋은 침대에 누워 있을 것이다. 내 아들은 이미 묘지에서 썩고 있다"고 덧붙였다.

ICC는 2021년부터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식 조사를 벌였으며, ICC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필리핀 당국 협조로 지난 11일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전격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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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오른쪽)과 두테르테 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후임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됐다.

한편, 사실상 이 번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체포 압송 과정에는 필리핀의 두 '대통령 가문' 간의 권력투쟁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더 지배적인 것도 사실이다.

필리핀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그 부인 코라손 아키노에 대적하여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2016∼2022년 재임)만큼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도 드물다. 전 세계로 독재자의 명성(?)을 떨친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 대적하여 스스로를 '악과 싸우는 독재자'로 칭하면서 "총알도 아깝다. 강력범은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와 같은 막말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참고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그 부인 코라손 아키노는 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양측 친부모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다. 마약판매·사범·복용 용의자등이 즉각투항 않을 시 발포 허용으로 이 과정에서 경찰 총격 사살로 용의자 약 6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ICC는 그 규모를 1만2000~3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별명도 얻었다.

마약과의 가차 없는 전쟁을 통해 마약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잔인한 통치'를 했고, 그 과정에서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저질러 수많은 희생을 낳았다는 비판도 넘쳤다.

다만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는 필리핀에서 범죄·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선포는 차라리 포퓰리즘에 더 가까웠고 그를 등에 업은 통치 스타일은 임기 내내 대중적인 큰 인기를 끈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필리핀 국민들은 강성한 기득권층인 전통적 상층 엘리트 집단들로부터 대중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강력한 지도자를 선호하는 경향도 강하다.

두테르테는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퇴임 후에도 필리핀 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으며 딸 사라 두테르테가 2022년 대선에서 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후광 덕이었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필리핀의 장기 집권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 또한 자신의 힘만으로는 당선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일반 국민에게 인기가 높았던 사라 두테르테를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로 영입했던 것.

필리핀은 오랫동안 주요 엘리트 가문들 간에 경쟁과 연합을 통해 권력을 창출해왔다. 족벌·세습정치가 만연한 나라인 것.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 간 연합은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낳았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과 딸이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자리를 나눠 가진 것이다.

그러나 두 가문의 '정치적 동맹'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 출범 후 여러 정책에서 갈등으로 부딪쳤다. 외교 노선에서도 마르코스 대통령은 친미로 기운 반면,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친중 성향이 강하다.

무엇보다 아버지 두테르테 집권 시절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된 지속된 갈등과 연루된 불법 행위의 조사를 둘러싼 갈등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증폭했다는 것이 그들을 둘러싼 평가의 주요 대목이다.

정치적 압박에 대한 두테르테 부통령 측의 반발도 거셌지만 결국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23일 결정적인 순간을 맞고 말았다.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이날 온라인 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암살 계획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암살되면 대통령과 그 가족 등을 죽이라고 경호원에게 지시했다는 말까지 터져나와 버린 것이다.

이 회견으로 세라 부통령에 대한 탄핵을 앞당기는 요인이 됐고, 탄핵은 하원에서 가결된 후 현재 마지막 상원 심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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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두 가문의 갈등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체포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두테르테에 대해 재임 시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말과 입장과 태도를 돌변하여 필리핀 정부가 도와 버린 것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임기 초반 두테르테에 대한 ICC의 조사를 거부해왔으나 두테르테 가문과의 정치적 동맹이 깨진 후로는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라 두테르테의 탄핵이 통과되면 그들의 연정으로 집권한 마르코스 대통령의 입지도 반 이상 흔들리게 되는 것을 의미하고 그들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넘김으로써 소란한 가운데 인기 몰이와도 같이 새로운 포석을 두겠다는 것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된 후 몇 시간 만에 곧바로 ICC 법정이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돼 수감됐다.

마르코스와 두테르테 가문은 함께 손잡고 정권을 창출했지만, 정치적 불화 끝에 필리핀 전직 대통령을 국제법정에 세우게 된 셈이다. 현재 독재자 명성(?) 다툼의 필리핀 그 권력투쟁에서는 두테르테 가문이 밀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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