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훈수…스타머에는 "세금·이민 잡아야 선거 이긴다"

트럼프 골프치다 유럽 풍차에 격분…"풍력은 고래 죽이는 사기"

영국 도착해서도 "온천지에 풍차, 땅과 바다 망쳐" 주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기자들 회담 자리서도 강한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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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애버딘 골프장의 스타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조세와 이민을 잡아야 총선에서 이긴다고 조언했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익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를 "내 친구"라고 부르면서 "이민 문제에 가장 강경하고 유능한 사람이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머 총리에게 "여기에 불법으로 사람들이 오게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하고 유럽 정치인들을 향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세계의 아주 멋진 부분(유럽)이 망가질 위험이 있다"고도 경고했다.

반이민을 내건 영국개혁당은 올해 들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에 앞서고 있다. 패라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하는 등 친분이 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세금을 가장 많이 깎고 가장 저렴한 에너지 가격을 제공하며 전쟁을 막아주는 사람이 선거에 이긴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세금을 낮추면 성장률이 올라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스타머 총리에게 감세를 권하는 듯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진보 성향의 런던시장을 향해 공세를 펼치는가 하면 갑자기 총리 부인을 극찬하면서 혼란을 안겼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오는 9월 윈저성을 국빈 방문할 때 런던에도 오느냐는 질문에 "여러분의 시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형편없는 사람"이라며 돌연 사디크 칸 런던시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칸 시장은 소속 정당인 노동당 내에서도 진보 성향이 뚜렷하며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서로 날을 세워 왔다.

이때 스타머 총리가 끼어들어 "사실 그는 내 친구"라고 칸 시장을 옹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형편없이 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런던에는 가겠다"고 말했다.

런던시장실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런던에 오면 우리의 다양성이 우리를 더 강하고 부유하게 만드는 걸 보게 될 것"이라며 "아마도 그런 이유로 그의 재임기에 영국 시민권을 신청하는 미국인 수가 최다 기록을 세웠나보다"라고 촌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난 총리 부인 빅토리아 여사를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빅토리아 여사에 대해 "미국 전역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라며 "스타머 총리만큼 존중받으며 아주, 아주 훌륭한 여성이고 대단히 존경받는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빅토리아 여사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우)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인 일정과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합의 등을 위해 방문한 영국에서 작심하고 풍력발전을 비판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풍력발전기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회담에 앞서 턴베리에서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거기서) 지평선을 바라보면 18번 홀 끝에 풍력 발전기 9개가 보인다. 이건 정말 창피스러운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풍력 발전기가 고래의 죽음을 야기한다는 다소 검증 논란이 있는 주장을 폈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의 어떤 곳은 지난 20년간 고래 1∼2마리가 해안에 떠밀려온 적이 있고, 최근에는 단기간에 18마리가 떠밀려왔다"며 "그것(풍력발전기)이 고래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풍력 발전기가 절대 세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풍력 발전기는 새도 죽이고, 소음도 낸다"며 "그 모든 것(풍력발전)은 사기극이고, 그건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유럽에 말하는 것은 이거다. 우리는 미국에 풍력 발전기를 세우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유럽판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무역 협상을 위해 턴베리의 골프 리조트로 급히 달려가야 했는데, 그런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풍력 발전기의 폐해에 대해서 격렬하게 비난하는 것을 끝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스코틀랜드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유럽이 "풍력발전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하늘에서 보니 풍차들이 온 천지에 다 있다. 아름다운 평지와 계곡들을 망치고 새들을 죽이고 있다. 바다에선 바다도 망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가 28일로 예정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만남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가 속한 노동당은 2030년까지 영국의 육상 풍력 발전량을 두배로 늘리기 위해 민간 부문과 협력하겠다는 공약을 내 건 바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옆에 앉혀두고 가자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미국의 기여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더 많은 식량의 가자지구 반입을 허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2주 전에 가자지구 식량을 위해 6천만 달러(약 828억 원)를 줬다"며 "적어도 누군가 '고맙다'고 말하는 것을 정말 듣고 싶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식량을 훔쳐 가고 있다. 이란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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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arimanzu.today/View.aspx?No=3726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