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부활 알린 삼성-테슬라 동맹…한미협상 지렛대 역할할까?

삼성, 테슬라 'AI6' 美 테일러 공장서 생산…23조원 규모

반도체 품목 관세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도…"정부에겐 기회?"

로이터, "삼성, 테슬라와 계약으로 부진했던 파운드리 강화 기회"

..."테슬라 현안 해결에는 도움 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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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2조8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그러나 반도체 공급이 실제로 이뤄지려면 몇 년이 걸리는 만큼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량 감소나 로보택시 서비스 확대를 비롯해 지금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이번 계약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로이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7일 밤 텍사스 테일러에 있는 삼성의 새 반도체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이는 주요 고객 유치와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랫동안 지연돼온 삼성의 파운드리 프로젝트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인공지능(AI) 칩 생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28일 주가가 6.8% 상승 마감했으며, 테슬라의 경우는 당면과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4.2% 상승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머스크 CEO는 AI6를 포함한 AI 추론 칩이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 칩의 뛰어난 컴퓨팅 성능은 더 광범위한 AI 응용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론 칩은 AI 모델을 실행하고 실시간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된다.

머스크는 2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삼성은 테슬라가 제조 효율 극대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나는 직접 생산 라인을 돌며 생산 속도를 올릴할 것이다. 삼성 공장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 "165억 달러는 최소 금액일 뿐이다.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계약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무역 협상과 관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이 계약이 한미 무역 협상의 일부라는 사실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류영호 선임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테일러 공장과 관련 "지금까지 사실상 고객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계약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면서 하지만 계약 규모가 삼성의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박유악 애널리스트는 이번 계약이 상반기 5조원(36억 달러)을 돌파했을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중인 삼성전자 공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상 삼성전자가 테슬라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23조원 규모 수주를 땄고 이에 고전하고 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새 활로를 만들 수 있느냐는 평가가 조심스러운 가운데, 현재 정부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관세 압박을 완화하는 데는 얼마나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없지 않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테슬라와 총 22조7천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1㎚=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해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수행하는 차세대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칩 AI6를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수주 계약이 단순 상업적인 계약을 넘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정책과 투자 유치 전략, 대중국 기술 독립 등의 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일러 팹(공장)은 내년 2∼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삼성 파운드리의 내년 실적 회복과 관세 리스크 완화가 기대된다. 삼성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는 한국 반도체 전반에 대한 관세 압박을 완화할 유인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삼성전자의 사례를 한미협상에서 일자리 창출과 AI 발전 등 '미국 내 직접 투자 확대' 설득 논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협상을 진행한 일본과 EU(유럽연합)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해 15% 관세를 일괄 적용받기로 했으며 당시 협상에서 미국 내 직접 투자 확대를 주요 논리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우리나라가 관세 협상에서 내세울 수 있는 세 가지 카드는 반도체, 조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라며 "정부가 이번 삼성전자의 수주를 협상에서 호의적인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이미 삼성이 테일러시에 투자한 것이 있고, 이번 테슬라와 협력이 잘 이뤄지면 향후 2차 투자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계약을 두고 '실제 생산 규모는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추가적인 투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던 것.


현재 트럼프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 중인 반도체와 의약품의 품목별 관세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세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자체와 스마트폰 등 IT 제품군도 포함된다.

그간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미국과의 교역에서도 0% 관세가 적용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반도체와 의약품에도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으로 있고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

머스크는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와 맺은 계약과 관련해 "165억달러(약 22조8천억원) 수치는 단지 최소액"이라며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높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머스크의 발언을 두고 AI6 칩의 생산 확대 또는 다른 제품의 추가 수주 가능성 등의 해석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