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사랑' 트럼프 영국행 비행기…두 차례 국빈방문은 사상 처음 호제로 봐

동일 인물 두 차례 국빈 초청 '전례 없는 일'…국왕 친필 초청장도 처음

스코틀랜드 태생 어머니 영향으로 영국 왕실 동경?

…다이애나빈에게도 구애한 적도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에 열광하는 영국 노동당, 지지율 반전 승부수 기회?

…트럼프 정부, 맥락 깨고 면전에서 후려칠 수도

"기술·원전 등 14조 계약 전망" 등 귀추 주목

트럼프 국빈 방문 앞두고 윈저성 인근에 걸린 성조기 (사진 :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오는 18일까지 사흘간 이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다.

영국이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2번째 임기에는 국빈 초청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앞서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국빈 초청이 아닌 차담이나 오찬에 초청받았다.

AP 통신은 영국 왕실이 역사상 동일 인물을 두 차례 국빈 초청한 적이 없으며, 국왕의 친필 사인이 담긴 서한으로 초청장을 보낸 것 역시 전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 불과 5주 만인 지난 2월 백악관을 서둘러 방문해 찰스 3세 국왕의 국빈 초청장을 직접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협상을 놓고 대서양에 긴장감이 커지던 민감한 시기에, 영국 왕실에 대한 호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온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트럼프는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장을 TV 카메라에 자랑스럽게 보여주었고 영국 총리에게도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정말 영광이다. 윈저성에서 보냈다고 쓰여 있다"며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은 트럼프에게 영국 왕실은 단순한 외교적 파트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인 스코틀랜드 태생의 메리 앤 매클라우드 트럼프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을 TV로 시청하며 황홀해했던 기억은 트럼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그의 아버지 프레드가 "다 사기꾼들이야"라고 불평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영국 왕실의 화려함과 권위에 대한 동경을 키웠다.

사실 트럼프는 현재 스코틀랜드에도 자신의 성인 힐튼 호텔과 골프장을 개장했다.

그의 2019년 영국 첫 국빈 방문은 트럼프의 첫 임기 중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남아 있다고 CNN은 전했다.

당시 보좌관이었던 피오나 힐은 트럼프에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만남이 "인생에서 성공했다는 궁극의 신호"였다고 회고했다.

또한 트럼프는 과거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이 찰스 왕세자와 이혼하자 꽃다발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접근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

다이애나빈의 친구이자 방송·언론인인 설리나 스콧은 "트럼프가 다이애나빈을 최고의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성공한 남성의 과시용 아내)'로 보고 있던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두 번째 영국 국빈 초청을 다시 한번 '인정'의 기회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6월 국빈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찰스 당시 왕세자 부부와 만 (사진 : 로이터)

2019년 국빈방문 당시 6월3일(현지시간) 만찬에 참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왕세자빈의 모습. (사진 : AP)

찰스 3세 초청장 자랑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 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오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영국에 도착한다. 워런 스티븐스 주영 미 대사와 국왕을 대신하는 헨리 후드 자작이 이들을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17일 윈저성으로 이동하면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이들을 먼저 맞이하고 다음으로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와 만난다. 윈저성과 런던탑에서는 예포가 발사된다.

17일 저녁 국빈 만찬에서 찰스 3세와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연설할 예정이며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총리 별장인 체커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가 회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기간 윈저와 런던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정책, 스라엘 및 러시아에 대한 정책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위는 물론이고 최근 미국 우익 정치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 등을 계기로 윈저와 런던 등지의 경비는 특별히 삼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경찰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방문의 성격상 이미 아주 높은 위협 수준에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이 마련돼 있고 이를 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은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례적인 두 번째 국빈 초청으로 노린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스타머 정부는 출범 1년여 만에 지지율이 급락해 우익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에 밀리고 있고,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 주미 대사 등 주요 인사들이 구설 끝에 낙마하는 등 점점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다. 그만큼 반전을 위해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미국 극우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테러 총격사망 사건은 사실상 그런 점에서는 미국 우파 집결의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영국의 현 집권 정부로서는 급격한 극우 보수화로 기울어질 가능성에 대하여도 '맞지 않는' 묵묵히 "일(노동)"하는 모습에 촛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의 최측근을 활동하던 다시 일론 머스크가 런던 반이민 집회에서 과격한 발언을 쏟아낸 직후 이뤄지는 방문이라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머스크는 당시 화상으로 "폭력이 다가오고 있다. 맞서 싸우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하며 의회 해산과 정부 교체를 촉구한 바 있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영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에 대한 합의 마무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양국은 지난 5월 영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면제에 합의했지만, 이후 세부 사항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해 합의 이행은 지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국빈으로 날아와 면전에서 후려칠 수 있는 가능성도 전적 배제하지는 못한다.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에 열광하는 영국 노동당과 트럼프 정부는 때로 견원지간으로 보여 질 때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미국과 영국은 이번 국빈 방문 기간에 기술 및 원자력 프로젝트로 100억 달러(13조9천억원) 이상 규모의 거래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체커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머 총리와 회담에 미국 주요 테크 업계 최고경영자(CEO) 상당수를 데려와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매체들은 엔비디아, 오픈AI 등 주요 기업 CEO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양국의 원자력 협력 확대는 이미 발표됐다. 영국 정부는 양국에서 원자력 프로젝트 승인에 걸리는 기간을 3∼4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해 민간 거래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