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카피의 커피 광고로 널러 알려져 있었던 故 안성기 배우의 광고 사진.


'국민 배우' 안성기가 5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한국영화배우협회에 따르면, 안성기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중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한 지 6일 만이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고인은 2019년부터 혈액암으로 투병 생활을 해왔고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검진받는 과정에서 암 재발이 확인됐다.

2023년 인터뷰에서 "건강이 아주 좋아졌다"며 "새 영화로 찾아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고, 같은 해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박중훈, 최민식과 함께 참석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사실상 직접적 사망 원인은 혈액암이 아니다. 식사 중 발생한 기도 폐쇄에 따른 (급작스레 목에 음식물이 걸렸고 그 음식물을 뱉어내지 못한) 질식 및 심정지이다.

사망 불과 5일 전에도 재단 회의에 참석하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모 케이블 TV의 '청년 김대건'에 출연하기도 했다.


좌측 위부터 박중훈 배우와 같이 형사로 출연한 <투캅스>, 박중훈, 장동건, 최지우 배우 등과 같이 출연한 <인정 사정 볼 것 없다>, 설경구 배우와 같이 출연한 <실미도>.


그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 아역배우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1959년 출연한 같은 감독의 '10대의 반항'으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고, 10년간 7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으나 학업으로 연기를 중단했다.

고교를 졸업한 안성기는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에 진학했고, 이후 ROTC로 군 복무를 마쳤으며 당시 '베트남 전쟁' 여파로 전공을 살린 취업에 실패하자 백수건달(?) 신세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 복귀 첫 작품은 '병사와 아가씨들'(1977)이었으나, 영화 '바람불어도 좋은날'(1980)로로 대종상 신인상을 받으며 본 궤도에 올랐다.

김성동 작가의 동명 소설 <만다라>를 원작으로한 영화 '만다라'(1981·임권택 감독), 빈민으로 나온 '꼬방동네 사람들'(1982·배창호), 거지 '민우'로 분한 '고래사냥'(1984·배창호), 후배 박중훈과 함께 한 '칠수와 만수'(1988·박광수) 등이 1980년대 안성기를 주목하게 한 작품들이다.

'남부군'(1990·정지영)을 시작으로 안정효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얀전쟁'(1992·정지영), 한국 코미디 영화의 새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투캅스'(1993·강우석), '그대 안의 블루'(1992·이현승), '태백산맥'(1994·임권택), '퇴마록'(1998·박광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이명세), '화장'(2015·임권택) 등 69년간 170편 넘는 영화에 출연했고, 출연 작품마다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배우 안성기는 대종상, 청룡영화상, 등 각종 연기상을 받았지만, 그중 백상예술대상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만다라'로 1982년 제18회, '안개마을'로 제19회, '적도의 꽃'으로 제20회, '깊고 푸른 밤'으로 제21회, '성공시대'로 제25회,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제27회, '투캅스'로 제30회, '부러진 화살'로 제48회까지 8번이나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대종상은 신인상 외 '안개마을' 등으로 남우주연상, 공로상까지 5회 수상했으며,'남부군'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2회 수상했다.

사실상 인상적인 액션 연기로 첫 남우조연상을 받은 '무사'(2001·김성수), 한국 최초의 천만 영화 '실미도'(2003·강우석), 박중훈과 또 한 번 콤비를 이뤘던 '라디오스타'(2006·이준익) 등 또 다른 의미로 호평을 받은 영화에도 같이 출연했다.

지난 2013년 11월 18일 당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 문화훈장을 수상한 배우 안성기(오른쪽)와 가수 조용필.
안성기는 1997년 KBS '빅쇼' 조용필 편에 깜짝 출연해 듀엣으로 노래하기도 했다.


안성기 배우의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알려진 가수 조용필이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빈소를 찾아 60년 지기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조용필은 5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성기야 또 만나자"는 짧지만 깊은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필은 고인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참 좋은 친구다. 아주 좋은 친구로, 성격도 좋고, 같은 반 제 옆자리였다"며 "집도 비슷해서 같이 걸어 다니고 그랬다. (영정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 학교 끝나면 항상 같이 다녔다"고 떠올렸 한다.

두 사람은 경동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에서 짝꿍으로 인연을 맺은 이후 60년 넘는 세월을 친구로 함께해 왔다고. 당시 조용필은 서울 정릉, 안성기는 돈암동에 거주해 서로의 집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조용필 가수는 "'영화계에 별이 하나 떨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지만 영화계의 큰 별이지 않으냐"라며 마지막으로 "잘 가라. 가서 편안히 쉬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한편, 정부는 '국민배우' 고(故) 안성기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한다.

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별세한 안성기 배우에게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한다고 밝혔다.

5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고(故) 안성기 배우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