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법정형 변동이율제·가스라이팅 개념·'사정변경' 계약 수정·'원상회복' 손해배상 도입

세번째 시도 만에 제정 이후 첫 전면 개정…국민생활·경제 밀접한 계약 분야 우선 개정

현 정부 여당 개정안 국회 통과 가능성 높아...뚜껑은 열어봐야?

대통령령 포괄적 위임의 위헌 우려 없지 않아

...배상관계 외 계약·채권채무·부당이득 (악의적) 불이행 개선효과는 의문

대화하는 정성호 장관과 윤창렬 실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12.16 (사진 : 대통령실)


지난 12월 16일 "국민 생활과 경제활동의 기본법인 「민법」의 현대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 '계약법' 규정에 대한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 하였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경제 상황에 따라 법정이율이 조정되는 변동형 법정 이율제 도입, “가스라이팅” 등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 인정, 채무불이행 및 손해배상 제도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우리 「민법」은 1958년 제정된 이후 67년 동안 전면 개정 없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어 왔으나, 영향을 미친 많은 선진국들은 시대적 변화를 적극 반영하여 대대적인 민법 개정을 추진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법무부는 1999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민법개정위원회를 출범해 「민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시도하였고 그 결과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당초 목표한 「민법」의 전면 개정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법무부는 2023년 6월 교수, 판사, 변호사 등 학계ㆍ실무 전문가 들이 참여한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위원장 양창수 前 대법관, 검토위원장 김재형 前 대법관)를 출범하였고, 첫 번째 과제로 보았던 “계약법” 규정의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 이 번 국무회의에 통과한 것이다.

① 변동형 법정이율제 도입

이번 개정안에서는 '법정이율'을 기존처럼 법률에서 민사 연 5%, 상사 연 6%로 고정하지 않고 법률에 금리・물가 등 경제 사정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대통령령으로 법정이율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대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설명이다.

(시장금리는 그 지표 중 하나인 국고채 3년 평균 금리 기준으로 1997년부터 2024년 사이에 최대 연 12.94%(1998년), 최저 0.99%(2020년)로 크게 변동하였으나(출처 : 한국은행), 민사 법정이율은 연 5%로 고정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먼저 대통령령으로 포괄적 위임된 변동 기준은 포괄적 위임의 위헌 우려 외,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할 우려 또한 없지 않다.

또, 실재 명백한 악의적 지연등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거나 상황과 사정등 다소 모호한 이유들로 인한 이행 지연에 대한 '악의'적 손해의 경계나 기간 한계를 명확하게 정할 수도 없는 만큼,

이행 지연(등)의 기회비용이라는 측면으로 볼 때, (악의적) 불이행과 구분하기 모호한 이행 지연(등)으로 인한 기회비용은 국고채 혹은 은행 평균금리 외 어떤 명확한 물질적·심리적 지표등을 측정하기 힘들 수도 있다.

국민이 보다 편리하게 권리를 행사하고 법률분쟁을 합리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다는 취지를 배척(?)하고, 계약과 채권채무 관계에 대한 법적인 반환 청구나 다툼이 늘고 해소를 혼란·곤란하게 하며 배상관계로의 다툼등으로 변질시킬 우려등이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법질서를 벗어나는 추심등 방법을 찾으려는 음지행 또한 간과 할 수는 없다.

이 번 개정안에는 '채무불이행 및 손해배상 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제394조 (손해배상의 방법) 또한 추가되었고, 이로써 이행청구권에 관한 규정, 지출 비용의 배상 규정을 신설, 금전채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규정 및 위약금에 관한 규정을 정비하였다고 그 취지가 게재된 만큼, 대조하여 고찰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래 제394조 개정안에 대하여도 첨부해 두었다.)


그 외 개정안을 살펴보면,

②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인정

먼저 이른바 “가스라이팅” 이 이루어진 관계, 종교 지도자와 신도, 간병인과 환자 등의 관계에서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자가 상대방에게 강하게 의존된 상태에서 그 영향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보고, 기존의 민법 규정으로는 가스라이팅 상태에서의 의사 표시한 사람을 보호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새롭게 규정되었다.

“가스라이팅”이 경우 기존의 착오·사기·강박에 의한 취소 규정으로 의사표시자를 보호하기 어려운 공백이 있어, 미국·영국·네덜란드 등 다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부당위압(undue influence)” 법리를 도입하여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③ 사정 변경을 이유로 하는 계약 수정 및 해제 규정 신설

사정 변경에 따른 계약의 해제ㆍ해지를 인정하는 판례의 법리를 명문화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해 '계약수정청구권'을 도입하고, 계약의 수정이 불가능하거나 당사자에게 계약의 수정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④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원상회복 청구와 정기금 배상의 적용 범위 확대

손해배상 방법으로 금전배상 외에 원상회복에 의한 배상을 일반적으로 인정(종래 규정은 명예훼손에 대해서만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 인정)하고,

비재산적 손해에 한정하던 정기금 배상의 적용 범위를 확대(‘신체 또는 건강 침해, 그 밖에 필요한 경우’)하였다.

개정안에 대한 보도자료에는, 그 밖에 채무불이행 및 손해배상 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이행청구권에 관한 규정, 지출 비용의 배상 규정을 신설하고, 금전채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규정 및 위약금에 관한 규정을 정비하였다고 부가 기재 되어 있다.

⑤ 매매 하자 유형의 합리화·단순화 및 구제수단 확충

현행 담보책임 규정은 체계가 복잡하고 요건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있어, 기존 8개 개별 하자의 유형을 “권리의 하자”와 “물건의 하자” 2가지로 통합하여 단순화하였고,

종래 일부 하자 유형에만 인정되던 “추완이행청구권”과 “대금감액 청구권”을 모든 하자 유형에 일반적으로 인정하여, 구제수단을 확충 하였다.



⑥ 대리권 남용, 대상청구권 등 확립된 법리의 성문화

이 번 개정안은, 현행 민법에는 “대리권 남용”에 관한 명문 규정은 없다고 보고,

판례와 통설은 상대방이 대리권 남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본인에 대한 효력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대리권 남용”에 대한 명문 규정을 신설하였고, 상대방이 대리권 남용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대리행위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고자 하였다고 취지를 밝혔다.


제130조(무권대리)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제131조(본인의 확답을 촉구할 상대방의 권리)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한 경우에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추인할 것인지 여부의 확답을 본인에게 촉구할 수 있다. 본인이 그 기간 내에 확답을 발송하지 아니한 때에는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본다.

제132조(추인ㆍ거절의 상대방) 추인 또는 거절의 의사표시는 상대방에 대하여 하지 아니하면 그 상대방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다만,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33조(추인의 효력) 추인은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계약을 맺은 때로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다만,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

(그 외 제134조(상대방의 철회권) 대리권 없는 자가 한 계약은 본인의 추인이 있을 때까지 상대방은 본인이나 그 대리인에 대하여 이를 철회할 수 있다. 다만, 계약 당시에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종래 판례와 통설이 이행불능의 효과로 인정하여 온 “대상 청구권(代償請求權)”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등 확립된 법리를 명문 규정에 반영하여 국민이 성문의 법률을 통해 권리를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그 외에는, 사법(私法)의 기본법으로 「민법」이 가지는 의의와 위상을 고려하여 문언을 한글화하고, 어려운 한자어, 어색한 표현,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쉬운 글과 바른 말로 수정한 예로서, 제104조의 “궁박”을 “곤궁하고 절박한 사정”으로, “경솔 또는 무경험”을 “판단력이나 경험의 부족”으로 수정되었다.


이 번 「민법」의 개정안과 같이 「상법」에서도 변동형 법정이율제를 도입 할 예정으로 입법 예고 되고 있으며, 실체법인 「민법」에 규정되어 있던 채권의 강제이행 절차에 관한 규정을 절차법인 「민사집행법」에 옮겨 규정하는 등,

이 번 「민법」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그에 맞추어 「상법」, 「민사집행법」의 관련 조항들 또한 개정되게 된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개정안이 국민의 편익과 「민법」의 신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법무부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도 「민법」의 현대화를 위한 개정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류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