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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연합뉴스TV 제공]
형제복지원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이 전국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시의 단독 책임이 인정된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1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 유족 강모씨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부산시가 6천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강씨의 아버지는 1985년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2년간 수용됐다. 강제노동에 동원되거나 약물을 투여 당했고, 퇴소 후 정신질환을 앓았다.
지난해 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로 이런 피해 사실이 인정됐고, 강씨는 그해 5월 제소했다.
▷ 형제복지원은 육군 부사관 박인근이 1962년 그 장인에게 인수한 감만동 형제육아원을 모태로 한 개신교계 부랑인/부랑아 보호시설로, 박정희 유신 정권이 부랑아 단속을 위한 1975년 내무부훈령 제410호를 발표하자 부산시 부산진구 주례동 산18번지의 토지를 사서 이듬해에 준공한 시설이다.
박인근은 직업군인 출신으로 1948년 국방경비대에 입대했고 4.19 혁명 당시는 육군모부대 특무상사로 근무했다고 전한다. 형제복지원의 기관지는 <새마음>으로, 전두환 정권의 묵인으로 진상 규명 없이 흐지부지 되었으나 외부로는 같은 민족 국가내 특정 계층이 하층 계층을 부랑인으로 지명 및 감금하고 인권을 유린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나 소련의 굴라크 등의 강제수용소, 한국판 아우슈비츠 등으로도 불린다. 허울 좋은 기관 명분을 내세워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짐바브웨의 '국립 청소년 서비스 캠프'와 대조되기도 한다.
약 12년간 사망 피해자 수만 최소 513명(박인근의 주장)으로 알려졌지만 시체는 암매장 또는 근처 의과대학에 해부용으로 돈을 받고 팔았다고 확인되어 정확한 사망 숫자도 특정이 불가능하다. 2022년 8월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의 공식 사망자 수는 약 657명으로 는 상태다.
부산시는 해당사건의 변론일 시는 당시 형식상의 지자체로 사실상 국가의 하부기관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1961년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 시행으로 지방자치제가 중단돼 자체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했고, 부랑인 단속·수용은 국가 사무를 대신 수행한 것에 지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는 부랑인 단속과 그 수용시설에 관한 정책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시행하기 전부터 선행했다"며 "당시 법률에 따라 법인으로서 독자적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됐으므로 지방자치제도가 중단됐다는 사정만으로 국가의 하부기관에 불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형제복지원 단속·수용, 관리·감독 등 제반 행위 모두 피고가 했다"며 "국가배상책임이 아니더라도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진다고 볼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