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수장 "봉쇄로 인한 인위적 대량 기아"…109개 구호단체, 경고 성명

이스라엘군 폭격도 지속…한밤 폭격에 잠자던 일가족 몰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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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을 받기 위해 배급소에 몰려든 가자지구 주민들 [UPI=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의 봉쇄로 심각한 기아 위기에 빠진 가자지구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21부터 사흘간 가자지구에서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43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하룻밤 사이에 10명이 숨졌으며, 이로써 전쟁 중 기아로 인한 사망자는 총 111명에 이르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에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 7일부터 지난 20일까지 21개월여간 발생한 기아 사망이 68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들어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그동안 전쟁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여러 차례 기근 경고가 있었지만, 지금 가자지구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굶주리고 있다.

전쟁 내내 가자시티에 머문 파이자 압둘 라흐만은 가디언에 "예전에도 배고팠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며 "지금이 우리에게 최악의 시기"라고 토로했다.

현지 주민과 의료진의 증언과 이스라엘 정부, 유엔, 구호단체 등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현재 가자지구 식량은 거의 바닥난 상태다. 가게 선반은 텅 비었고, 밀가루 가격은 연초 대비 30배 이상으로 폭등했다.

이미 오랜 식량난과 피란으로 주민들 체력이 극도로 약해진 와중에 이스라엘이 수개월간 식량 수송을 제한하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 3월 이후 반입된 식량은 210만 인구의 생존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며 3월 초부터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했다가, 5월부터 미국과 함께 만든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 제한적 배급만 허용하고 있다.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지 난민캠프의 파괴된 건물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배급소 4곳에서만 식량이 배포됐는데, 식량을 구하려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배급소를 '죽음의 덫'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나마 공급된 식량조차 주민들의 수요를 크게 밑도는 분량에 그쳤다.

지난 22일 기준 GHF는 58일간 운영됐으나 그동안 들여온 식량은 공정하게 배급됐다고 가정해도 2주 분량에 미치지 못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지구가 겪고 있는 식량위기가 "구호물자 봉쇄로 인한 인위적인 대량 기아"라고 지적했다.

또 국경없는의사회(MSF), 옥스팜 인터내셔널, 국제앰네스티 등 109개 단체는 가자지구 위기 완화를 위해 물자 반입을 허용하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공개서한에서 "가자 외곽 창고, 심지어 가자 내부에도 식량, 깨끗한 물, 의약품, 주거 용품, 연료 수 톤이 배포되지 못한 채 쌓여 있다"며 "그러나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 물자에 대한 접근이나 전달이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부의 배급 제한과 지연, 봉쇄로 인한 단절은 혼란, 기아, 죽음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가자지구 곳곳에서는 이스라엘군의 폭격도 지속되고 있다.

가자 보건당국 발표에 따르면 23일 기준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과 총격으로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로이터통신은 가자시티에 사는 프리랜서 기자 왈라 알자아바리 가족의 비극을 전했다. 배를 골은 채 잠자리에 든 이들 가족을 이스라엘의 공습이 덮치는 바람에 알자아바리와 그의 남편, 다섯 자녀 모두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웃에 사는 친척 이만 알샤에르는 "아이들이 아무것도 못 먹고 잤다"고 비통해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격과 관련, 지난 하루 동안 가자 전역에 걸쳐 "테러 세력, 군사 구조물, 터널, 함정 설치 구조물, 기타 테러 인프라 등 총 120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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