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디자인수도 부산, 실사단 마음 훔친 '산복도로'
산복도로서 바라본 부산 풍경에 감탄…"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 세계디자인수도[World Design Capital, WDC]
: 세계디자인기구(WDO)가 2008년부터 2년 마다 지정하는 국제적 타이틀이다.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경제·사회·문화·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도시를 선정하며, 선정된 도시는 1년 동안 다양한 디자인 중심 프로젝트와 국제 행사를 주도하게 된다. 디자인 정책과 도시의 혁신을 연결한다는 글로벌 도시 프로그램.
한국에서는 서울(2010)에 이어 2025년 7월22일 부산이 2028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최종 선정되었다. 부산은 ‘모두를 포용하는 도시,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Inclusive City, Engaged Design)’을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시민 참여형 서비스디자인 모델을 제안했다.
이로써 부산은 2028년 1년 동안 디자인 기반 도시정책 실험의 국제무대가 될 예정이며, 향후 국내 타 도시의 디자인행정 및 도시브랜딩 전략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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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석 작가의 공간 [한원석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세계디자인기구(WD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선정위원회를 열고 2028년 세계디자인수도로 부산을 선정했다.
이 번에는 후보 도시를 놓고 인구 1천300만명의 중국 항저우와 경쟁이 펼쳤으며, 현지 실사팀의 높은 평가 등 합산 점수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은 부산이 최종 선택되었다.
40개국 이상의 수백 개 디자인 단체로 꾸려진 비정부 기구 WDO는 2년 마다 세계디자인수도를 선정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디자인을 통한 경제·사회·문화·환경의 발전과 삶의 질의 향상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도시를 선정 '디자인 정책과 도시 혁신'의 비전 추진을 추구한다.
선정된 도시는 한 해 동안 세계디자인정책 콘퍼런스, 월드디자인 스포트라이트, 세계디자인네트워크 도시회의 등 WDO의 국제 행사와 지역 특색에 맞는 자율 행사 등을 개최한다.
부산시는 "서울과 헬싱키, 발렌시아 등에 이어 열한 번째 선정된 도시"라며 "부산의 디자인 문화, 정책, 기반 시설에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라고 자평했다
부산 산복도로 찾은 실사단 [한원석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8 세계디자인 수도로 부산이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지난달 부산을 찾았던 세계디자인기구 실사단에게서 찾아졌다.
▷ 아래 기사는 연합뉴스의 보도자료로 게재합니다.
실사단이 부산을 찾았을 당시 가장 주목한 곳은 바로 동구 산복도로에서 바라본 부산의 풍경이었다.
동구 한 산복도로에는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로 유명한 한원석 작가의 집이 있다.
부산 출신인 한 작가는 5∼6년 전 "진짜 부산을 보여주겠다"는 지인의 손에 이끌려 이곳을 찾았다.
그는 산복도로에서 바라본 부산의 절경에 반해 근처 집을 구입했다.
한 작가는 "처음에는 전시 공간을 만들려고 집을 샀는데 외국 생활이 길어져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다"며 "그러던 중 이 공간을 알고 있던 부산시와 세계디자인수도 추진 관계자들이 실사단에게 보여주자고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그의 집은 원형을 살린 채 남아 있던 문짝을 떼어내 천장에 붙이는 형태로 꾸며져 있다.
지하는 현대식 갤러리, 지상은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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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석 작가 [한원석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사단이 이 집에서 바라본 풍경은 부산의 근대와 현대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오른쪽에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지은 집이, 왼쪽에는 현대의 고층 건물들이 자리한다.
그 사이로 바다와 함께 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보여 부산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한 작가는 "실사단이 밤에 이곳을 찾아왔는데 야경이 매우 아름다워 감탄을 연발했다"며 "3∼4시간 머물렀는데 부산 일정 중 가장 오랜 머문 곳"이라며 "이바구 술과 지역에서 만든 빵도 함께 먹고 마시며 즐겼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부산시장이 지역 곳곳을 돌아본 실사단에게 '어디가 가장 인상 깊었느냐'고 묻자, 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절반 이상이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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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석 작가의 공간 [한원석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 작가는 세계디자인 수도 발표 전부터 당연히 부산이 선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는 "런던, 상하이, 베이징, 도쿄 등 세계 대도시에 살았지만, 부산의 경쟁력은 독보적"이라며 "예전에는 화려함이나 세련됨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환경, 재생, 역사, 진정성의 가치도 중요해졌고 부산은 이 조화가 뚜렷한 도시"고 말했다.
이어 "부산의 활로는 예술과 디자인에 있으며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다른 도시와 비교하지 말고 부산만의 색을 가꿔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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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산복도로 찾은 실사단 [한원석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