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 네이버웹툰 IP 비즈니스 확장의 꿈 격돌…카카오엔터·픽코마등도 상장 카드 '만지작'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6.28 15:13 의견 0

영상화 등 IP OSMU 사업·AI 기술 투자 강화·콘텐츠 확보 나설 듯

캐치 프레이즈(Catchphrase)는 '아시아의 디즈니'라는데

...기업공개(IPO) 약 4천400억원 상당 자금 조달

네이버웹툰의 모기업인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상장 첫날 10% 가까이 급등하며 글로벌 시장에 IP 비지니스로서의 존재감을 알렸다.

캐치 프레이즈(Catchphrase) '아시아의 디즈니'를 내걸고 뉴욕증시에서 웹툰 엔터테인먼트(종목 코드 'WBTN') 나스닥 거래 첫날 공모가보다 9.5% 높은 2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정오 무렵 거래를 개시한 개장 초 14%까지 상승폭을 높이기도 했다.

앞서 전날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희망 범위 상단인 주당 21달러에 공모가격이 결정돼 현지 기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기도 했다.

희망범위 상단의 공모가격 결정에 이어 이날 첫 거래일 주가가 10% 가까이 급등하면서 나스닥 상장 흥행몰이에는 일단 성공한 분위기다.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통주 1천500만주를 발행, 공모가 적용 시 3억1천500만 달러(약 4천40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 거래일 종가인 주당 23달러를 적용한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29억2달러(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 타종행사에는 김준구 웹툰 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참석하기도 했다.

상장 완료 후에도 네이버의 웹툰 엔터테인먼트 지분은 63.4%로, 지배주주로서 이사 선임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웹툰은 2000년대 초반 세로 스크롤 디지털 만화라는 형식으로 한국에서 처음 태동했다. 이후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 드라마 등이 다수 제작되면서 지적재산(IP) 가치도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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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27일 나스닥 상장…K콘텐츠 성공 이어가려면 (CG) [연합뉴스TV 제공]

◇ "이제는 원 스토리 멀티 유즈"…IP 비즈니스 확장에 박차

4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손에 쥐게 된 웹툰엔터테인먼트가 가장 먼저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고, 웹툰을 드라마·영화로 재탄생시키는 이른바 IP 비즈니스다.

디즈니가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서 실사 영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미디어 제국을 이룬 것처럼, 네이버웹툰도 웹툰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고 IP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현재도 웹툰엔터테인먼트는 OSMU(원 소스 멀티 유즈)를 '원 스토리 멀티 유즈'라고 부르며 스토리 IP 확장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웹툰 IP 확장의 성공사례는 이미 많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가운데 절반이 네이버웹툰 작품 원작인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은 100편 이상(2013∼2024년 기준), 웹툰 원작 게임은 70개 이상에 달한다. 또 웹툰·웹소설 단행본은 200종이며, 2차 사업화가 이뤄진 작품은 총 900편 이상이다.

과거에는 웹툰 IP를 2차 사업 계약을 통해 넘기는 형태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직접 영상 제작에 참여하는 형식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사실상 글로벌 영상제작과 배포 전장에 상장 이름을 내걸고 총탄을 장착하고 나선 것이다.

IP 기업의 도전장이 그렇잖아도 AI로 진화중인 기술주의 세계에서 어떤 전투씬(?)을 연출하며 한 판 승부들을 겨루게 될 지 책장을 넘기던 손들에게는 자못 흥미진진(?)한 불 건너 구경판이 아닌 실사판 전투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제작 역량 강화가 필수적일 것이다.

현재 웹툰엔터테인먼트 산하에는 영상 제작의 경험을 쌓은 자회사들이 여럿 있다.

먼저 2017년 설립한 자회사 스튜디오 '리코'는 웹툰 제작으로 잘 알려졌지만, 애니메이션도 만든다. '여신강림' 등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 퍼블리싱도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도 한 때 핵인기 몰이를 하기도 했었다.

2018년 만든 스튜디오N은 최근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제작에 참여했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로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만들었고, 일본 제작사 도에이 애니메이션과 함께 웹툰 '고수' 애니메이션 제작도 추진 중이다.

북미 현지에서는 왓패드웹툰스튜디오가 활발하게 영상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왓패드 웹소설 '부트 캠프', '퍼펙트 어딕션', '플로트', 웹툰 '로어 올림푸스'도 영상으로 만드는 중이다.

상장으로 자금 여유가 생긴 만큼 애니메이션·영상 제작사나 게임 개발사 등 2차 사업을 소화할 수 있는 기업들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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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생성 AI (PG)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 AI 기술 투자 강화·콘텐츠 확보 나설 듯

인공지능(AI) 기술 투자도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네이버웹툰의 AI 조직과 데이터 조직을 합쳤고, 다양한 AI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에 접목해왔다.

네이버시리즈에도 AI 추천 엔진을 도입했다. 네이버시리즈 이용자의 33%, 웹툰 영어 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35%가 AI가 추천하는 작품을 감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작자를 위한 AI 기술도 개발 중이다.

채색을 돕는 AI 페인터의 베타 서비스 중이며, 3D 캐릭터 모델링 쉐이퍼, 이를 2D로 변환하는 콘스텔라 등 여러 AI 서비스가 테스트 단계에 접어들었다.

직접 그리지 않아도 웹툰을 완성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저작권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작가 개개인의 그림 데이터를 학습해 개별화된 생성형 AI를 만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스토리 아이디어만 있다면 웹툰을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IP를 확보하고, 아마추어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웹툰 콘텐츠를 더 늘려나갈 예정이다.

글로벌 스토리테크 플랫폼의 자리를 굳히기 위해 현지에서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이를 해외 독자에게 소개하는 '크로스보딩' 전략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낸 서한에서 "네이버웹툰의 초기 비전은 미국, 한국, 일본, 프랑스의 만화 창작자들이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전 세계 새로운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세상이었다"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세상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고 전한다.


한편, 네이버웹툰이 증권시장 데뷔라는 출발선을 끊은 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의 상장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타파스를 운영하는 카카오엔터와 일본 플랫폼 픽코마를 보유한 카카오픽코마 등 대형 웹툰 플랫폼 기업들은 상장 카드를 손에 쥔 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2021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간 합병으로 법인이 공식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상장 추진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고, 2021년에는 이진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가 직접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1조2천억원을 투자받아 상장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한층 팽배해졌다.

이 같은 거액 투자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성격이 짙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 엔터는 2024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현재까지도 상장 일정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4년간 끊임없이 악재가 겹친 탓이다. 2021년에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의 잇단 상장으로 '쪼개기 상장'이라는 지적 속에 카카오 계열사 상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했고, 지난해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SM엔터 시세조종 논란이 법정으로 옮겨간 만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당분간 상장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카카오픽코마(구 카카오재팬)도 일본 현지에서 서비스하는 일본 법인으로 도쿄 증권시장에서의 상장설이 줄곧 흘러나왔다.

2017년 전신인 카카오재팬 시절에 상장 추진설이 제기됐고, 2021년에는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이 카카오픽코마의 전신인 카카오재팬의 IPO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르면 2022년 연말, 늦어도 2023년 연초께 상장이 유력하다고 점쳐졌지만,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등의 여파로 IT 기업,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지난해는 카카오 그룹이 위기를 맞으면서 상장설도 유야무야된 상태다.

다만, 이번 네이버웹툰의 상장으로 카카오픽코마 등의 상장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IP기업의 AI 전개 가운데 계산은 더 복잡해 질 수 있지만 업계 내 강력한 경쟁자가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으니 같은 영역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또 시장이 웹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본다면 향후 웹툰 플랫폼 기업으로서 상장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계산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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