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기' 문화유산 등재 청신호···K-장 벨트 확산 가능성 점검

류임현 기자 승인 2024.11.17 21:13 | 최종 수정 2024.11.17 21:16 의견 0

식품명인과 함께하는 미식여행…K-미식벨트 첫 상품

기순도·강순옥 식품명인과 장 담그기 체험

죽녹원·강천산 등 지역 관광지와 연계

"발효문화·한식·제철밥상 등으로 2032년까지 미식벨트 30곳 조성"

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 우리의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 확실시된다.

5일 유네스코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한국의 장담그기 문화를 보여주는 논산 명재고택 장독대. (사진 : 국가유산청)

메주. (사진 : 국가유산청)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청신호가 켜졌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Evaluation Body)는 5일 오전 8시(현지시간 5일 자정) 심사결과로 ‘한국의 장담그기 문화(Knowledge, beliefs and practices related to jang making in the Republic of Korea)’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했다.

해당 심사결과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누리집을 통해 공개되었다.


평가기구는 이번에 신청된 58건의 대표목록 등재신청서를 심사하고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포함 총 57건에 대해 ‘등재’를 권고하고, 1건에 대해서는 ‘정보보완’을 권고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오는 12월 2일부터 7일까지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개최되는 ‘제19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한국은 ‘한국의 장담그기 문화’가 등재되면 총 23개 종목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인류 선사 고대사로부터 만주·한반도 일대로는 특히 콩으로 만든 장(醬)을 중심으로 한 음식문화가 발달해왔다. 한반도 민족의 옛 터전인 셈인 만주와 한반도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우수한 콩을 사용해 추정컨대 고조선도 훨씬 이전부터 장을 만들었으며, 학계에서는 서기전 8~7세기부터는 콩으로 만든 장, 두장이 널리 정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북한도 이번에 ‘조선옷차림풍습(Custom of Korean costume: traditional knowledge, skills and social practice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의 등재 권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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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순도 대한민국 전통식품 진장 명인
기순도 진장 명인이 8일 오후 전남 담양군 창평면 고려전통식품 장고(醬庫)에서 숙성 중인 간장을 소개하고 있다. 2024.11.11.

▷ -아래-는 연합뉴스와의 전제계약된 기사로 그대로 게재합니다.

"재료로는 물과 메주, 소금을 쓰고 여기에 시간과 정성이 들어갑니다. 과정 중 그 어느 하나만 소홀해도 (장이) 안 됩니다."

지난 14일 전남 담양군 고려전통식품에서 기순도 식품명인(35호·진장)을 만났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마당에는 항아리 1천200여개가 빼곡했다. 기 명인이 이 중 하나의 뚜껑을 열자 간장 냄새가 퍼져 나왔다. 지난 2015년 기 장인이 손수 담근 진장(5년 이상 숙성한 간장)으로, 향은 짙고 맛은 부드러웠다.

체험장에서는 '장 가르기'를 해 볼 수 있었다. 기 명인이 미리 마련해 둔 장을 깔때기와 체를 이용해 간장이 될 장물 부분과 된장이 될 건더기(메줏덩이)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기 명인은 체험을 마친 기자에게 "메주를 제대로 아셨으니 이제 한국인이 되셨다"고 웃어 보이며 "(전통) 간장으로 살짝 간을 해 김밥을 만들면 아이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전통 장 담그기 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장 문화를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교육을 많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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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순도 명인과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 [촬영 신선미]

기 명인과 함께하는 장 만들기는 'K-미식벨트'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K-미식벨트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향토 음식 등 한식 관련 자원과 지역 관광명소를 결합한 미식 여행 상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관광 상품 고도화를 위해 이 같은 미식 관광 사업을 기획해 다음 달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며 첫 상품으로 '장 벨트'를 선정했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장 담그기는) 인류가 보존해야 할 유산인데 우리가 (보존에) 소홀해서는 안 되겠다"며 "우리 장이 오래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 벨트 체험은 담양군과 전북 순창군에서 1박 2일간 진행되며, 사업 운영은 코레일관광개발이 맡는다.

코레일관광개발은 다음 달 중순 출발하는 일정으로 시범 상품을 선보이기로 하고, 이르면 이번 주 중 상품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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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만들기 설명하는 강순옥 식품명인 [촬영 신선미]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 코레일관광개발은 지난 14∼15일 상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14일 기 명인과 함께 한 프로그램이 진행된 데 이어 15일에는 장류의 고장인 전북 순창군 순창장본가에서 강순옥 식품명인(64호·순창고추장)과 함께 고추장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체험 뒤 강 명인은 "여기 왔응께(왔으니까) 우리 고추장 맛 한 번 봐야지"라며 1년간 숙성한 고추장과 함께 오이, 당근, 쌈밥을 내왔다.

이어 최근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나와 관심을 끌었던 고추장 버터를 만드는 시간도 마련됐다. 버터 30g에 고추장과 꿀, 쪽파, 말린 마늘 조각 등을 취향에 맞게 넣어 느끼한 맛은 줄이고 달콤한 맛은 추가한 '나만의 이색 버터'를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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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옥 명인의 고추장과 간식 [촬영 신선미]

장 벨트는 명인과 장 만들기 외에도 지역 대표 관광 상품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담양에서는 죽녹원을 방문하고 담양의 차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순창에서는 강천산 트레킹을 하고 장을 담는 옹기를 본 뒤 물레로 그릇 만들기 체험을 한다.

이에 더해 담양과 순창에서 떡갈비, 고추장 불고기 음식점 같은 맛집을 찾아가고, 쉬는 시간에는 지역의 명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길 거리 중 하나다.

농식품부는 올해 장류 벨트 한 곳을 지정한 데 이어 내년에는 김치, 인삼, 전통주를 주제로 한 미식벨트를 각각 추가로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후에도 발효 문화, 전통 한식, 제철 밥상, 유행 한식 등을 테마로 미식벨트를 추가 지정해 오는 2032년까지 30곳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담그기 문화' 인류무형유산 확실시.

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 우리의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 확실시된다.


5일 유네스코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사진은 5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서일농원에서 직원들이 장을 관리하는 모습. 2024.11.5

다만, 국내 장류 소비는 실상 10년 사이 두 자릿수 감소했으며 장류 산업의 성장세도 정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장류 업체들은 장류와 장류 활용 소스의 수출을 늘리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인당 간장 섭취량은 2010년 2.66g에서 2020년 2.19g으로 18%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된장 섭취량은 2.30g에서 1.45g으로 37% 줄었다. 고추장 섭취량은 2.29g에서 2.01g으로 12% 감소했다.

인구의 감소 가운데 1∼2인 가구 또한 증가하는 등 인구 구조의 변화 및,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한 장류 섭취량의 감소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외식하거나 배달 음식, 가정간편식(HMR)을 먹는 경우도 많아져 가정에서 장류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에서 장을 담그다가 공장 제조 장류를 사 먹는 중간 시대를 지나 현재는 떡볶이 소스 등 제품을 간편하게 소비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장류 자체의 소비량은 감소한 원인도 없지는 않다.

현재 장류 제조업의 시장 규모는 1조원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장류 제조업 국내 판매액은 2020년 기준 1조1천654억원으로 2012년 1조257억원에서 연평균 1.5% 증가했다.

식품 관련업의 국내 판매액이 2012년 43조5천561억원에서 2020년 60조4천293억원으로 연평균 4.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장류 제조업의 성장세는 느리다.

식품 관련업에서 장류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져 2∼4%밖에 되지 않는다.

2천개에 이르는 장류 사업체의 대부분은 연간 판매액이 1억원 정도로 영세하다.

장류 제조업은 제조 방식에 따라 재래(전통)식과 개량(공장)식으로 나뉘는데 재래식 장류 비중은 더더욱 미미하다.

'장 담그기 문화' 인류무형유산 확실시.

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 우리의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 확실시된다.


5일 유네스코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사진은 5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서일농원에서 직원들이 장을 관리하는 모습. 2024.11.5.

박성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내 장 산업은 대기업 기준으로는 상당히 발전했다"면서 "문제는 영세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장류 시장은 CJ제일제당[097950], 샘표식품[248170], 대상[001680] 등 대기업 3사에 집중돼 있다. 간장은 샘표식품이, 된장과 고추장은 CJ제일제당이 각각 시장을 선도한다.

대기업들은 내수가 부진한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한국의 장류와 장류 소스 수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류 열풍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추장, 쌈 등 장류 수출은 몇 년 새 많이 늘었다.

장류 수출액은 2021년 1억300만달러로 2010년 3천900만달러에서 연평균 9.3%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면역력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발효식품이 주목받으면서 2020년과 2021년에는 장류 수출액이 각각 전년 대비 30% 넘게 늘었다.

미국 등지에서는 한국의 장류 가운데 특히 고추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고추장 수출액은 2021년 기준 5천300만달러로 전체 장류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해외 주요 언론도 근래 고추장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 쿠킹'은 고추장 버거나 고추장 쿠키, 고추장 감자스튜, 고추장으로 양념한 닭구이 등의 요리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고추장은 김치처럼 우리말 명칭이 그대로 국제식품규격으로 채택돼 'Gochujang'으로 표기한다.

장류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고추장은 예전에는 '코리안 칠리소스'라고 하다가 지금은 '고추장'이라고 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면서 "고추장이 태국 스리라차(시라차) 소스처럼 다양한 요리에 접목할 수 있는 핫소스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추장 등 장류 판매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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