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천억 가치 '저주받은 에메랄드' 23년 만에 고향으로···브라질 정부 "국가적 보물"

류임현 기자 승인 2024.11.26 00:05 | 최종 수정 2024.11.26 01:19 의견 0

380㎏ 세계최대 '바이아 에메랄드'…美밀반입 이후 소유권 분쟁

브라질 정부 "국가적 보물"…美법원, 몰수 신청 수용

에머랄드 보석. (사진은 기사와는 관련 없습니다.)

The Emerald Unguentarium 에메랄드 응궨따리움.
기름진 몸, 비계 덩어리, 고약, 향유(香油) 등 엉겨 덩어리진 것을 뜻하는 라틴어가 그야말로 unguen [엉긴]이다. unguentārius.
(사진은 기사와는 관련 없습니다.)

무게 836파운드(약 380㎏)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에메랄드 원석이 출토 23년 만에 '고향' 브라질로 돌아갈 길이 열렸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레지 월턴 판사는 전날 미국 법무부의 '바이아 에메랄드'(Bahia Emerald) 몰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에메랄드의 현 보유자 측이 브라질 정부와 협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월턴 판사는 "에메랄드의 반환을 막기에는 부족한 주장"이라며 "법원은 브라질 법원의 몰수 판결을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1년 브라질 바이아주 카나이바 광산에서 출토된 바이아 에메랄드는 9개의 개별 결정으로 이뤄진 원석으로, WP는 에메랄드의 가치를 10억 달러(약 1조4천억원)로 추정했다.

출토되자마자 광산주외 광부들의 연락을 따로 받은 미국인들까지 개입하며 결국 도난 신고와 같이 밀수출된 것으로 추정된 이 에메랄드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보안 금고째 도난 신고가 접수되는등 수 차례의 도난 신고와 사고, 법적 분쟁들이 끊이지를 않았다.

한 동안 뉴올리언스의 허름한 창고 속에 숨겨져 있던 것이 당시 역대급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불어닥치며 일대가 초토화되면서 오히려 세상으로 드러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 '저주받은 에메랄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원석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은 최소 5명이 넘었고 이들은 "브라질 여행을 하던 2001년 브라질 보석상에게서 6만 달러(6600만원)에 에메랄드를 샀다.", “다이아몬드 배달 사고가 나자 보석 딜러가 담보로 내게 줬다.”, “애초 소유주인 브라질인이 이걸 팔려고 날 고용했었다.” 등등 저마다 상반되는 주장을 했다.

미국 내 소송중 실제로 중간 과정에 13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다호주 출신 사업가 키트 모리슨의 컨소시엄에 소유권이 인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캘리포니아에서 이 소송이 마무리되자마자 브라질 정부가 나서면서 분쟁은 이어졌다.

Bahia Emerald.

바이아 에머랄드 원석의 실물.

언뜻 봐서는 석탄이나 진흙 덩어리 등에 사이다병이 처박혀 있는듯 보이지만 여지껏 발견된 가장 큰 단일 파편이 포함된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아 에메랄드.

브라질 정부는 바이아 에메랄드가 국가적 보물이므로 박물관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브라질 법원이 몰수를 결정했고, 브라질 정부는 미국에 사법공조에 따른 몰수 집행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가 이에 동의해 집행에 나서자 모리슨 측이 맞서면서 다시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이번 소송에서는 바이아 에메랄드가 브라질에서 반출된 과정이 불법적이었다는 브라질 정부의 주장이 타당한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법원은 앞서 에메랄드를 반출한 광부들이 세관 서류 조작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브라질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모리슨은 "투자자로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통제할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만약 불복 절차를 밟는다면 바이아 에메랄드의 '저주받은 여정'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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